'500만달러 송금 직후' 김성태-北 친서 오가…경기도도 北에 친서 전달

입력 2023-02-06 19:17:10 수정 2023-02-06 19:47:32

검찰, 연관성 주목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에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명목으로 500만 달러를 보냈다고 진술한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송금 직후 북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복수 언론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김 전 회장이 2019년 5월 12일 중국 단둥에서 북한의 민간부문 경제협력을 담당하는 단체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하고 김영철로부터 '앞으로 경제 협력에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친서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쌍방울은 당시 합의를 통해 지하자원 개발, 관광지 및 도시개발, 물류유통, 자연 에네르기 조성, 철도건설, 농축수산 협력 등 6개 분야에 대한 우선 사업권을 취득했다.

김 전 회장이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전달한 직후다. 검찰은 이즈음 김 전 회장이 김영철로부터 향후 경제 협력에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친서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친서를 중국 출장에 동행한 임직원들 앞에서 계열사 대표가 읽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비슷한 시기 경기도도 김영철에게 편지 형식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2019년 5월 말 농촌복합 시범마을 사업 등 협력 사업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의 친서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구속 기소)에게 전달했고, 안 회장은 중국 선양(심양)에서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이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부터 경기도와 북측의 협력 사업 논의도 구체화하는데, 이런 정황은 2019년 경기도 국외 출장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1월과 4월 중국 출장에서 남북 간 경제 협력 사안을 검토한 뒤 5월 중국 출장에서 북측 인사들과 경제·농업·스포츠 등 16개 협력 사업을 세부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추진안도 포함됐다.

또 경기도는 밀가루와 묘목 지원 등 1차 협력 사업에 이어 쌀 지원 등으로 2차 협력 사업을 확대하기로 한다.

북측은 개성과 금강산을 포함한 북한 관광과 남포 지역의 항만·산단 개발 및 정제 콩기름 공장 신축 관련 경기도 내 중소기업의 진출을 도와주기로 합의한다.

특히 북한 관광산업 개발 논의는 같은 시기 쌍방울이 북측과 협의한 내용과도 겹친다.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800만 달러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등으로 구속기소한 검찰은 이 과정에서 쌍방울과 경기도, 북한 3자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 접촉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마디로 최근 김성태와 쌍방울의 대북 송금과 관련해 나와 이재명 대표, 경기도에 대한 모든 보도는 허위 사실이고 가짜뉴스"라며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이루어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위해서 쌍방울이 북한에 금전을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