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경찰 대치 속 맨 앞줄 여성 쓰러져…"인사사고 날라"

입력 2023-02-04 17:35:55 수정 2023-02-04 18:39:50

분향소 기습 설치로 충돌 사태 여러차례 빚어져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습 분향소 설치. YTN 방송화면 캡처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습 분향소 설치. YTN 방송화면 캡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기습적으로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공무원과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앞줄에 있던 유가족이 인파에 휩쓸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인사 사고 우려도 낳았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 등 1천여명은 이날 오후 추모대회 장소인 세종대로로 행진하던 중 돌연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분향소를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당초 유가족들은 지난달 30일 광화문광장 세종로공원 내 추모공간을 설치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시가 "열린 광장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불허한 바 있다.

시민대책회의 측은 서울도서관에 도착하자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을 막아 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한다. 경찰을 막아달라. 분향소 설치를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이에 희생자들의 영정을 든 유가족과 동참한 시민들이 일제히 서울도서관 옆 인도에 있던 경찰 통제선을 밀어내며 공간을 확보했고, 경찰이 이를 저지하면서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경찰은 "신고된 집회 내용과 다르게 진행됐다. 불법행위에 대해 채증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이들은 "경찰은 물러가라"고 맞서며 팔짱을 낀 채 스크럼을 짜 막아섰다.

이윽고 천막 4개동으로 꾸려진 분향소에는 희생자의 영정사진 159개가 안치됐다.

시민대책회의는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시청 앞으로 집회 장소를 옮겼지만, 서울시 공무원들이 분향소 철거를 위해 진입을 시도하며 다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인 A씨가 쓰러져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대치 상황에서 맨 앞줄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경찰이 갑자기 길을 열어주면서 수십명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쓰러졌다고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이날 이들 단체와 시민들은 세종대로 왕복 6개차로 중 4개를 점하고 추모집회를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성명을 통해 "이태원 참사의 독립적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지지하고 힘을 모아달라. 대통령의 공식사과, 이상민 장관의 파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참사 희생자들의 생전 사진을 전광판에 띄우고 한명, 한명 이름을 부르며 "기억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종철 대표는 "국민 여러분이 우리들을 지켜달라. 눈과 귀가 되고 입이 되어서 우리 유가족들의 비참한 사실을 똑바로 알려달라"며 "우리는 국민을 믿고 시청 광장에서 정부가, 윤 대통령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30분쯤 추모 집회를 마친 유가족들은 분향소로 이동해 추모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 집회와 행진에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이 참여했다.

한편, 이날 유가족과 경찰간 충돌 상황으로 오후 4시부터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운영이 중단됐다.

시는 서울광장 시위 상황을 모니터링해 내일 스케이트장 운영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