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백강의 한국고대사] 동양고전으로 다시 찾는 발해조선의 역사(2)

입력 2023-01-30 14:09:01 수정 2023-01-30 17:08:30

발해의 모퉁이에 조선이 있다
산해경에 고조선 위치·위상 담겨…발해만·요동만·래주만·한반도…
일대가 모두 발해조선 땅과 강역 해내경·해내북경 기록으로 입증

요동만, 발해만, 래주만, 고조선의 중심지는 발해만 부근에 있었다.
요동만, 발해만, 래주만, 고조선의 중심지는 발해만 부근에 있었다.

◆'산해경'에 고조선의 정보 기록

'산해경' 해내경에는 첫 머리에 고조선에 관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북해의 모퉁이에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을 조선이라 한다.(北海之隅 有國 名曰朝鮮)"
여기서 말하는 북해는 오늘날의 발해를 가리킨다. 중국은 내륙으로 들어가면 바다가 없다. 중원에서 바라보았을 때 북쪽에 있는 바다는 발해가 유일하다.
'산해경'에 나오는 이 기록은 고조선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정보를 알려 준다.

첫째는 고조선의 위치이다. '산해경'은 고조선이 "발해의 모퉁이에 있다."라고 말하였다. 모퉁이와 모서리는 다르다. 모퉁이는 꺾어져 푹 들어간 곳을 가리키고 모서리는 모가진 가장자리 툭 튀어나온 곳을 말한다.
발해에는 모퉁이에 해당하는 곳이 세 군데가 있다. 발해만, 래주만, 요동만이 그것이다. 그러면 고조선은 발해의 세 모퉁이 중에서 어느 모퉁이에 있었을까. 발해만에 고조선의 중심지역이 있었다고 본다.
고조선의 선행문화인 홍산문화가 발해만의 적봉시, 조양시 일대에서 발굴되었고 조선하, 조선성 등 유적이 송나라 때까지 발해만 부근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산해경'은 고조선이 발해만 유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비록 짧지만 정확한 표현으로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를 발해조선이라 지칭한다.
다음은 고조선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이다. '산해경'은 "발해의 모퉁이에 조선이란 나라가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조선은 어느 고을을 지칭하는 지명이 아니라 국가를 가리키는 국명이었다. '산해경'을 저술할 당시에 조선이란 이름을 가진 나라가 발해만 부근에 이미 건국되어 있었던 것이다.

◆열수 동쪽, 발해 북쪽, 갈석산 남쪽에 조선이 있다
'산해경'에는 고조선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참고가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록이 전하고 있다. 해내북경에 나오는 다음 내용이다.
"조선은 열양의 동쪽, 바다의 북쪽, 산의 남쪽에 있다. 열양은 연나라에 속한다.(朝鮮 在列陽東 海北山南 列陽屬燕)"

여기서 먼저 "조선은 열양列陽의 동쪽에 있는데, 열양은 연燕나라에 속한다"라는 내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중국 지도에 '열양'이란 지명이 남아 있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고대 발해조선의 위치가 밝혀지는 것을 꺼린 중국 한족이 그것을 그대로 남겨두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현재 중국 지도 상에 열양이란 지명은 지워지고 없다.

그러면 '산해경'에서 말한 '열양'이 오늘날의 어딘지 알아내는 방법은 없는가. 진晉나라의 곽박郭璞(서기 276~324)은 열양의 열列은 "수명水名" 즉 물 이름이라고 말하였으므로 열수列水라는 강물을 찾아내면 될 것이다.

현재 중국에는 열양이란 지명은 물론 곽박이 말한 열수列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음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바꾸어 역사의 진상을 은폐하는 것이 중국 한족들이 사용하는 상투적인 수법이기 때문에 글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 열수가 어디에 있는지 주목하여 검증하면 되는 것이다.

열하성 지도.
열하성 지도.

중국에서는 1914년 하북성, 요녕성, 내몽고자치구가 교차하는 지역에 열하성熱河省을 설치했다가 1955년 폐지했다. 이 지역은 현재의 하북성 승덕시, 내몽골 적봉시, 요녕성 조양시, 부신시, 건창현 등을 포괄하였으므로 지리상으로 볼 때 홍산문화가 창조되고 발해조선이 건국된 지역이다.

그러면 이 지역에 성省을 설치하면서 왜 이름을 열하성이라고 하였는가. 연산산맥 남측에서 발원한 열하熱河가 이 지역을 흘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하지熱河志'에 열하熱河가 "고대에는 무렬수로 불렸다.(古稱武列水)"는 기록이 있다. 이는 열하熱河가 본래 열수列水였다는 증거이다.

후대에 한족들이 발해유역에서 활동한 밝족 발해조선의 존재를 감추고자 발해조선의 서쪽에 있었던 열수列水를 한자로 음차하여 표기하는 과정에서 베풀 열列자를 음이 비슷한 더울 열熱자로 바꾸어 열수列水의 흔적을 지웠고 그럼으로써 발해유역에 있었던 발해조선의 위치가 오리무중이 된 것이다.

여러 자료를 검토해볼 때 열수에 무武 자가 추가되어 무열수라 지칭한 것도 진晉나라 이후의 일이며 그 이전에는 그냥 열수였다. 그러니까 본래 열수列水가 무자를 추가하여 무열수武列水가 되고 무열수는 다시 열하熱河로 바뀌게 된 것이다.

중국이 근대에 설치했던 열하성熱河省이 홍산문화와 발해조선의 지역을 포괄하고 있었던 것을 볼 때 '산해경'에서 "조선이 열양의 동쪽, 즉 열수의 동쪽에 있다"고 말한 그 열수列水는 바로 열하熱河임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여겨진다.

열하일기의 저자 박지원.
열하일기의 저자 박지원.

한양조선의 학자 박지원朴趾源(1737~1805)은 청나라 건륭황제의 70세 생신을 축하하고자 중국을 방문한 사절단을 따라 1780년 중국에 갔다. 그는 귀국 후 압록강을 건너 요녕성을 지나 북경과 열하熱河에 도착하기까지의 여행일정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겼다. 그것이 '열하일기熱河日記'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열하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열하일기'의 열하가 열수列水이고 그 열수가 바로 발해조선의 서쪽에 있던 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산해경'에서는 "열양은 연나라에 소속되어 있다"라고 말했는데 중국 역사상에는 여러 개의 연나라가 존재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연나라가 어느 시기의 연나라인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

'사기' 연소공세가燕召公世家에 "서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정벌하고 소공을 북연에 봉했다.(周武王之伐紂也 封召公于北燕)"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때의 북연은 오늘날의 하북성 북쪽에 있었다. 그 뒤 동진東晉시대에 선비족 모용씨가 발해유역의 북경 부근에 나라를 세우고 국호를 연이라 하였다.

'산해경'에서 "열양은 연나라에 속한다."라고 말한 그 연나라는 하북성 북쪽에 있었던 소공의 연나라를 가리킨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발해조선은 선비족이 동진시대에 북경 부근에 연나라를 건국하기 수천 년 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나라이기 때문이다.

◆'산해경'의 해내경과 해내북경, 조선의 위치 입증
그리고 해내북경에서 조선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바다의 북쪽, 산의 남쪽에 있다.(海北山南)"고 언급한 부분에 대하여 지금까지 한, 중, 일 학자들의 '산해경' 주석을 보면 이를 빼놓고 해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특정한 산이나 바다를 적시하지 않아서 해내북경에서 말한 산과 바다가 현재의 어떤 산과 바다를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나라 곽박이 지은 산해경 주석서.
진나라 곽박이 지은 산해경 주석서.

그러나 '산해경' 해내북경에서 어느 바다를 특정하지 않고 언급한 바다가 여러 군데 보이는데 그 바다는 모두 발해를 가리킨 것이다. 예컨대 "봉래산이 바다 가운데 있다.(蓬萊山在海中)"고 말했는데 진나라의 곽박은 여기 말한 바다는 발해라고 하였다.
그리고 '산해경' 해내경에서 "조선이 발해의 모퉁이에 있다."라고 하였으니 해내북경에서 "조선이 바다의 북쪽에 있다."라고 말한 바다는 발해를 가리킨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면 해내북경에서 "조선이 산의 남쪽에 있다."라고 말한 그 산은 어떤 산을 가리킨 것인가. 필자는 갈석산을 가리킨 것이라고 본다. 송나라 이전의 우리 고대사 관련 기록에 갈석산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무제가 조선을 공격할 때 동쪽으로 갈석산을 지나서 현도, 낙랑군을 설치했다.(東過碣石 以玄菟樂浪爲郡)"고 '전한서前漢書' 賈捐之傳에 말했는데 이는 갈석산이 고조선의 상징적인 산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실례이다.

"발해의 모퉁이에 조선이 있다."는 '산해경' 해내경의 기록을 통해서, 발해조선의 위치를 발해만 부근으로 측정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그런데 해내북경에서는 "조선이 하북성 북쪽에 있던 연나라 열수의 동쪽, 발해의 북쪽, 갈석산 남쪽에 있다"고 발해유역에 있던 조선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이 지역을 오늘날로 비정하면 발해만, 요동만, 래주만 일대, 발해유역의 내몽골, 하북성, 요녕성, 산동성, 한반도를 포함하게 된다. 발해조선의 위치와 강역은 '산해경'의 해내경과 해내북경의 두 기록으로 완전하게 입증이 된다고 하겠다.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