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방비 쇼크’ 급한 불 끄고 장기 대책 강구해야

입력 2023-01-28 05:00:00

난방비 폭등으로 국민 원성이 자자하다. 들끓는 민심에 정부와 정치권이 화들짝 놀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적이라기보다는 생색내기 또는 마구 내던지기 식이다. 그 와중에 여야는 서로 '네 탓'을 하면서 이 이슈를 정쟁 거리로 삼는 구태를 다시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 네 차례 인상되면서 주택용 도시가스료는 연초 대비 38.5% 올랐다. 동절기 난방용 가스 수요 폭증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도 가스료가 200~300% 오른 지난해 유럽 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태무심했다. 심지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30일 도시가스 요금(주택용) 15.9% 인상을 발표하면서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 인상분은 월 5천400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산자부가 어떻게 시뮬레이션을 돌렸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예측을 내놨는지 의아하다. 예측이 안일했으니 대책을 세워뒀을 리도 없다. 민심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이달 26일 들어서야 긴급 대책을 내놨다. 취약계층 가구에 7개월 도합 15만 원을 주는 현행 난방 지원금을 30만 원으로 늘린다는 게 골자다. 긴급 대책이라 말하기 무색할 지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며 7조2천억 원 규모 추경안과 함께 에너지 관련 대기업에 횡재세를 거두자고 주장했다. 매번 논란과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포퓰리즘이 도졌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번 난방비 쇼크의 근본적 원인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폭등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한국가스공사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가장 비쌀 때 물량을 많이 사뒀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스료는 오히려 추가 인상 압박마저 받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판단에 문제는 없는지, 경영 부실에 따른 적자 요인은 없는지 반드시 따져야 한다.

서민 부담을 경감시키고 장기적 안목의 대책을 세우는 게 '난방비 쇼크' 해법의 본질이다. 당장 다음 달이면 이번 달치를 웃도는 요금 청구서가 각 가정과 자영업자들에게 날아들 텐데 이 부담을 덜어줄 단기적 대책이 시급하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락 상황에서 국내 가스료 변동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안전판 확보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