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in] 대구시청 롤러팀…동호인 무료강습, 생활체육도 씽씽!

입력 2023-01-25 14:19:45 수정 2023-01-25 17:38:13

선수단 10명 중 대구 출신만 7명…끈끈한 유대감이 성장 동력
작년 전국체전 역대 최고점…지역에 대학팀 없어 아쉬움

대구시청 롤러팀. 대한롤러스포츠연맹 제공
대구시청 롤러팀. 대한롤러스포츠연맹 제공

대구 만촌롤러경기장. 8개의 바퀴가 미끈한 바닥을 치며 맹렬히 돌아간다. 대구시청 롤러 선수들은 앞뒤로 바짝 붙은 채 거침없는 질주 본능을 뽐냈다. 혜화여고, 대평중, 서대구초의 유소년 선수들도 함께였다.

처음엔 가볍게 치고 나가던 선수들은 점점 힘을 붙였다. 곡선주로에 진입할 때는 무게 중심을 아래로 두며 미끄러지듯 달렸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적막한 경기장에선 이따금 선수들의 집중을 요구하는 코치진의 외침만 들렸다. 이들은 경기장을 내리 50바퀴나 돌고 나서야 멈췄다.

롤러 선수들에게 겨울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다.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하는 2월 전까지, 한해를 버틸 기초 체력을 다지고 실전 감각까지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청 롤러팀은 오전에는 웨이트트레이닝과 크로스컨트리 훈련, 오후에는 실전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창단한 대구시청 롤러팀은 최현숙 감독의 지도 아래 10명의 선수들이 포진해있다.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진정 '메이드 인 대구' 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최현숙 감독은 혜화여고 출신의 지도자고, 선수들 중 7명이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롤러는 대구의 전통적인 강세종목이다.

대구시청 롤러팀은 작년 전국체육대회에선 10개 세부종목에 나서서 1천44점을 획득하며 종합 3위에 올랐다. 역대 최고 점수 기록이었다. 같은 해 전국학교 및 실업팀 대항 인라인 스피드대회에선 여자 종합 우승, 남자 종합 3위의 성과를 냈다.

단·중·장거리 모든 종목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으며 남자·여자팀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남자팀은 주장 최강호를 비롯해 안준빈, 태용준, 배준철, 김태현 등 5명이다. 특히 최광호는 장거리가 주 종목으로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롤러 스프린트 1천 m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다.

여자팀은 신소영과 이슬, 오지윤, 김경서, 정은채까지 5명이다. 맏언니 신소영은 단거리 타임 300m 종목에서 세계신기록과 국내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세계롤러스피드선수권대회 타임 3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3월에 치러질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고 있는 최광호는 "어릴 때는 국가대표로 나서 활약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나이가 들수록 팀에 대한 욕심이 커지는 것 같다"며 "현재 우선순위는 전국체전 금메달이다. 동생들의 성장을 잘 도와 팀 성적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선후배 간의 끈끈한 유대와 화목한 분위기는 대구시청 롤러팀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여기에는 팀 선수들이 대부분 지역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낸 만큼, 서로가 가족처럼 가깝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창단 원년부터 10년 이상 롤러팀을 이끌고 있는 최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 대부분이 내가 옛날부터 가르치던 아이들이다. 선수들끼리도 정말 친형제처럼 가깝다. 다른 지역 직장경기운동부도 부러워할 정도"라며 "이는 결국 영남공고, 혜화여고 등 지역의 학생 운동부가 잘 형성돼 있고, 서로 연계도 잘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감독은 "요즘은 롤러를 생활체육으로 접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선수를 꿈꾸는 친구들도 늘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대구에 대학 롤러팀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전국 17개 시도 중 대학 롤러팀이 하나도 없는 곳은 몇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구시청 롤러팀이 대구 만촌롤러경기장에서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신중언 기자
대구시청 롤러팀이 대구 만촌롤러경기장에서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신중언 기자

대구시청 롤러팀은 매년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실시하는 등 지역 생활체육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선수단은 창단 이후부터 매년 3, 4월에는 유소년 선수를 대상으로 훈련을 도와주고, 11, 12월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습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직장운동경기부 우수 운영 팀 포상' 공모에서 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롤러를 즐기는 인구는 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매우 폭이 넓다. 재미도 재미지만, 무릎과 허리 근력 강화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다"며 "우리 롤러팀은 지역민들이 롤러를 최대한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올해 우리의 목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국체전 합산 점수 1천 점 이상을 획득하는 것"이라며 "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