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풍(文風)부는 대구, 볼거리는?…문화·기념관 우후죽순 설립에 우려 목소리

입력 2023-01-26 15:15:09 수정 2023-01-26 20:42:29

정호승 문학관·이육사 기념관·한군전선 문화관 등 설립 예정
기존 문화공간들 관람객 감소 문제…콘텐츠 부족에 예산 낭비 우려
실효성 문제로 구청·의회 갈등도 발생, 주먹구구식 건립 피해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정호승 문학관.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 수성구 범어동 정호승 문학관.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올해 대구에 문학 및 문화 기념관의 개관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칫 이런 건물들의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 문을 여는 문학관 및 문화 기념관은 이육사 기념관, 한국전선 문화관, 수성구 정호승 문학관 등이 있다.

중구의 민족 시인 이육사 옛집 터 인근에 건립되는 이육사기념관은 올해 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예술가들의 활동에 대한 내용이 담기는 '한국전선문화관'도 중구 향촌동 옛 대지바 건물을 리모델링해 12월 개관 예정이다.

수성구가 추진하는 정호승 문학관은 올해 3월 문을 연다.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가 이전한 자리에 '생활문화센터' 형태로 들어서는 정호승 문학관에는 지하 1층에는 다목적 강당이, 지상 1층에는 주민 공유공간이 각각 마련되고 지상 2층에 문학관이 조성된다. 수성구는 범어천의 단절된 산책로를 연결하고 정호승 문학관과 연계해 시가 흐르는 범어천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역 문화계와 시민들은 이같은 개관 소식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자칫 차별화없이 우후죽순처럼 지어져 예산만 낭비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대구에 지어진 일부 기념관이 코로나19로 인한 관람객 감소에다 볼거리와 콘텐츠 부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계 한 관계자는 "문학관이나 문화 기념관의 경우, 신설 당시엔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없어 오래 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일반적으로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른 치적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다 보니 운영에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무분별한 문화 공간 건립을 우려해 구청과 의회 간 마찰을 빚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12월 대구 중구의회는 제283회 본회의에서 중구청이 제출한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35억원), '대구형무소 역사관 조성 사업'(5억원)에 대해 관광의 지속성 불투명과 실효성 부족 등의 이유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대구경북작가회의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문학관, 박물관, 미술관 등 건립 예정인 문화 관련 공간이 100곳이 넘는다. 공간 설립 기획 단계 때부터 전문가와 시민들을 불러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주먹구구식 건립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