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일 경북대 행정대학원장(한국정부학회장)
애인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궁금한가? 사랑한다는 말을 믿지 말고, 그가 나를 위해 돈을 얼마나 쓰는지를 보라. 거짓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돈을 쓰기는 어렵다. 돈에는 거짓이 없다. 어떤 사람이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달마다 날아오는 카드 명세서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가감(加減) 없이 보여준다.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돈을 적게 쓰거나 아예 쓰지 않는다.
당신은 모교(母校)에 발전기금을 낸 적이 있는가? 낸 적이 있다면 얼마를 냈는가? 발전기금을 낸 적이 없다면 당신은 모교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발전기금을 많이 냈다면 당신은 모교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국세청은 성실한 납세자를 표창한다. 성실한 납세자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소득의 10%를 헌금하기는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은 독실(篤實)하다. 인기가 있는 정치인은 후원금을 많이 받는다. 많은 사람이 그에게 돈을 준다. 충성도가 높을수록 많이 준다. 돈은 충성이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되려면 3천 원을 내야 한다. 책임당원은 일반당원보다 충성도가 높다. 3천 원은 충성도를 나타낸다.
2008년부터 14년 동안 대학 등록금이 동결(凍結)됐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등록금은 2008년 824만 원에서 2022년 633만 원으로 감소했다. 2022년 경북대학교 등록금은 450만 원이다. 학생들은 12과목을 수강한다. 과목당 15주 강의가 이루어지고 주당 강의 시간이 2.5시간이니, 연간 수강 시간은 450시간이다. 450만 원을 450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1만원이 나온다. 경북대 강의 '가격'은 시간당 1만 원이다. 참고로 2022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천160원이다. 2019년 기준 대학생 한 명에 대한 공교육비는 초등학생 한 명의 85%, 중고교생 한 명의 66%이다. 정부는 중등 교육을 중시(重視)하고 고등교육은 경시(輕視)한다.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모집한 결과, 전국 66개 병원 중 55곳에서 지원자가 없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수가(酬價)가 낮기 때문이다. 아이 한 명을 진료하는 것이 어른 한 명을 진료하는 것보다 몇 배 힘든데 수가는 같다고 한다. 진료는 힘든데 수가가 높지 않다면 어떤 의사가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겠는가? 힘든 진료에 높은 수가를, 쉬운 진료에 낮은 수가를 책정(策定)하는 것이 상식이다. 수가가 제대로 책정되면 모든 진료과목에서 의사 부족이 발생하지 않는다. 어떤 진료과목을 선택하든 의사 입장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수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 많은 전문가가 참여한다. 그럼에도 특정 진료과목이 불리한 수가가 책정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많은 전문가가 '힘든 진료에 높은 수가를'이라는 단순한 원칙을 몰랐을 리 없다. 이른바 필수 의료는 진료가 힘들고 생명과 직결된다. 힘든 진료이니 수가가 높아야 하는가? 중요한 진료이니 수가를 낮춰서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가? 여기에 건강보험의 딜레마(dilemma)가 있다. 중요하니까 낮은 가격으로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는 생각은 사회주의적이다. 중요한 것은 가치가 크다. 가치가 크면 가격이 높아야 한다. 시장경제에서는 그렇다. 필수 의료는 중요한 만큼 수가가 높아야 한다.
대구경북신공항 추진이 지지부진(遲遲不進)하다. 가장 큰 쟁점은 국비(國費) 지원이다. 국비 지원은 정부 의지에 달렸다. '국민의힘' 지역구 국회의원 84명 중 24명이 대구경북에서 당선됐다. 서울, 인천, 경기 당선자는 16명에 불과하다. 대통령선거에서 대구경북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172만 표를 '더' 줬다. 윤 대통령은 서울에서 31만 표를 '더' 얻었다. 인천, 경기에서는 50만 표를 '덜' 얻었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대구경북이 중요하다면 국비를 지원하라. '보수의 심장'이라는 말로 때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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