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후회와 미련의 차이

입력 2023-01-24 13:08:56

이재근 신부

이재근 신부
이재근 신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것이 후회와 미련이다. '후회할 행동을 해선 안된다',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다'처럼 이 두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인 동시에 비슷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후회는 살아가다가 되돌아보는 순간이다. 과거에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순간이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하고 불가능한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러나 마냥 부정적인 의미만을 갖지는 않는다. 후회를 한다는 것은 아직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태다. 후회하기 때문에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할 것이고 그러한 다짐으로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

미련 또한 후회와 마찬가지로 살아가다가 되돌아보는 순간이다. 그러나 후회와 달리 미련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과거에 미련이 남아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가다듬을 의지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도 할 수 없다. 그저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문 채 모든 것을 멈추고 가슴 아파할 뿐이다. 즉, 후회의 감정 앞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내지 못할 때, 후회는 미련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후회와 미련의 결과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주인공은 예수님의 열두 사도 중 하나인 베드로와 유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예수님을 배신하는 행동을 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정했으며 유다는 예수님을 팔아넘겼다. 그리고 둘 다 후회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베드로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나갔다. 반면 유다는 후회의 감정에 머물러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했다. 후회가 미련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 베드로는 열 두 사도 중에 으뜸이 되었고 유다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후회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후회를 하고 내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후회를 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간혹 후회의 감정 속에 머무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약해서 못 벗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 시간이 걸릴 뿐, 결국 나는 그 감정에서 벗어나 다시 오늘을 살아갈 힘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미련보다 후회가 더 많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충분히 강한 사람이다. 후회가 미련으로 변하기 전에 힘을 내서 극복한 사람이다. 혹시 후회보다 미련이 더 많은가? 그래도 괜찮다. 이제부터 강해지면 된다. 강해지기 위한 전제조건은 "나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너무 힘들어서 그 사실을 잠시 잊은 것뿐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고 결과를 바꿀 기회가 있다.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심지어 그 시련 앞에 한동안 주저앉아 무너지더라도, 결국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것이고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작년보다 더 강해진 내가 올 한해를 시작하고 있다. 힘든 일은 잘 이겨낼 것이고 기쁜 일은 배가 돼 찾아올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운이 아니라 내가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들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