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경제] "맛있고 건강하게…" 식음료 '제로' 열풍 지속

입력 2023-01-19 15:25:32 수정 2023-01-19 20:08:11

'제로' 내세운 음료 신제품 잇따라, 소주도 경쟁 치열
'헬시 플레저' 소비 트렌드로 뜨면서 제품 확대 추세

식음료 업계에 무가당, 저열량을 앞세운 '제로'(Zero)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즐겁게 먹으면서 건강을 관리하는 이른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에 빠진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제로 콘셉트 제품은 탄산음료를 시작으로 다른 종류의 식음료, 주류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코카콜라의 '코카콜라 제로'(왼쪽)와 롯데칠성음료의 '펩시 제로슈거'. 각사 제공

◆음료 시장 트렌드는 무설탕
국내 탄산음료시장 1위 코카콜라는 최근 무설탕 제로 칼로리 음료 '환타 제로 포도향'을 출시했다. 저칼로리 음료 소비가 지속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내놓은 신제품이다. 공식 앱 '코-크플레이'(CokePLAY) 등 온라인 채널로 먼저 선보인 뒤 오프라인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상반기 '밀키스'와 '2% 부족할 때 아쿠아' 제로 칼로리 제품을 출시한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홍차음료 '실론티 레몬 제로'를 새로 선보였다. 지난 1993년 실론티 출시 이후 29년 만의 신제품이다.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면서 라벨 상단, 페트병 뚜껑을 검은색으로 차별화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탄산음료를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제로 칼로리 제품이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제로 음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통상 무설탕 음료는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등 인공 감미료를 넣어 만든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라 열량이 100ml당 4kcal 미만인 음료는 0kcal로 표기할 수 있다.

제로 음료는 국내 시장에서 탄산음료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어나 단숨에 대세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903억원에서 2018년 1천155억원, 2020년 1천319억원으로 커졌다. 2021년에는 2천189억원을 기록했다.

코카콜라와 롯데칠성음료는 제로 음료 양대 산맥이라 할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제로 칼로리 음료 시장 점유율은 코카콜라가 57.3%, 롯데칠성음료가 37.6%였다.

코카콜라가 '코카콜라 제로'로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롯데칠성음료가 '펩시 제로슈거'로 뒤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특히 2021년 1월 출시한 '펩시 제로슈거 라임'은 지난해 8월 누적 판매량 4억5천만 개를 돌파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왼쪽부터), 하이트진로의 '진로 소주 제로슈거', 금복주의 '제로 투(ZERO 2)'. 각사 제공

◆주류도 무설탕·무알코올 다양화
주류 시장에도 제로 바람이 분다. 롯데칠성음료는 탄산음료뿐 아니라 소주 제품에도 제로 콘셉트를 입혔다. 지난해 9월 내놓은 '처음처럼 새로'는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무설탕 소주. 롯데칠성음료가 '처음처럼' 출시 후 16년 만에 선보인 소주 신제품이다. 출시 1달 만에 1천200만병 판매 기록을 세웠다.

대구 주류업체 금복주도 지난해 9월 선보인 증류식 소주 '제로 투(ZERO 2)'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과당,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찹쌀과 쌀, 2가지 증류 원액을 섞어 만든 증류식 소주다. 제로 투는 출시 2달 만에 250만병 팔렸다.

소주 시장 절대 강자 하이트진로도 반격에 나선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진로 소주 제로슈거'를 출시했다. 당류를 빼고 도수를 16도로 낮췄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했다.

편의점 CU도 기존 '독도소주'에서 당류를 제거하고 도수를 17도로 낮춘 '40240 독도소주 제로슈거'를 출시, 제로 소주 시장에 합류했다.

맥주에서는 알코올이 빠졌다. 오비맥주의 '카스 0.0',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제로 0.00',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등은 무(無)알코올 맥주맛 음료다. 술을 마시고도 취하고 싶지 않거나 건강을 생각해 저열량 제품을 찾는 사람이 주요 소비층이다.

현행법상 알코올 도수가 1도 이하면 무알코올 또는 논·비알코올이란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지 않으면 '무알코올·알코올 프리', 소량 들어갔다면 '논·비알코올'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81억원 수준에서 2019년 153억원, 지난해 200억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혼술(혼자 마시는 술)',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급성장한 걸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카스 0.0이 논알코올 음료 가정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스 0.0 판매량은 2020년 11월 출시부터 지난해 말까지 2천만개로 집계됐다. 하이트제로 0.00 판매량도 증가 추세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하이트제로 0.00 매출이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류 업계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과음을 피하는 음주 문화가 굳어지면서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계속 성장할 거라 전망한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가벼운 술자리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져 무알코올 음료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