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일이다. 2019년 새내기 사서였던 그 때,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지식정보소외계층의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사서가 도서관이 아닌 다른 기관에 찾아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게 다소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다. 아이들은 방과 후 자연스럽게 아동센터로 모였고, 미리 도착해 프로그램 진행을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밝은 모습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다양한 학년이 같은 공간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학년에 관계없이 서로 도와주는 공동생활이 꽤나 익숙해 보였다. 그 덕분에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는 수업에서 아이들은 힘겹지 않게 많은 작품들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여러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도서는 그림책부터 초등저학년 문고 도서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레벨로 선정해 진행했다. 아이들은 그림책에 관심을 더 보였고, 특히 '늘 꿈꾸는 코끼리' 책을 갖고 진행하는 수업에서 유난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책은 검은 바탕에 서커스를 하는 고깔모자를 쓴 코끼리 한 마리가 등장하는 표지만으로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에 당선된 그림책 '늘 꿈꾸는 코끼리'는 서커스단에서 공연하는 코끼리가 늘 자신이 자랐던 초원을 그리면서, 상상과 꿈꾸기를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함께 책을 읽으며 우리들은 어느덧 코끼리의 꿈을 응원하게 됐고 또한, 일상 속에서의 어려움이나 힘듦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함께 품었다.
어느덧, 15주 동안의 프로그램은 끝이 났고, 더 이상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지 않게 되었지만 전혀 섭섭함은 남지 않았다. 이제는 아이들이 도서관에 방문해 어린이자료실에서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새내기 사서의 열정 때문인 건지, 아니면 진행한 프로그램 우수성 때문인지는 모르나, 아이들은 어느새 책과 친해져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새삼 사서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
무엇보다 '늘 꿈꾸는 코끼리' 책에 고맙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덕분에 선생님인 나와 아이들이 좀 더 친해진 계기가 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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