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한국의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받아 든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가 주력인 대만의 TSMC는 4분기 매출·영업이익이 큰 폭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조 원대, 4천억~9천억 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최소 25%, 90%가량 하락한 수치다. 이에 반해 TSMC는 작년 4분기 매출 25조5천800억 원, 영업이익 13조2천800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4분기보다 각각 43%, 78% 증가했다.
대만 TSMC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의 10배 이상이나 된다. 매출액에서도 TSMC는 지난해 3·4분기 연속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뛰어넘었다. 반도체 세계 선두의 명성이 삼성전자에서 TSMC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TSMC에 크게 밀리는 삼성전자를 보며 반도체 등 전략산업 지원을 외면하는 우리 정부와 국회의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TSMC 선전의 이유 중 하나로 세제 혜택 등 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거론된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업체 연구개발(R&D) 투자비의 25%, 설비투자의 5%를 세액공제해 주기로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6%에서 8%로 올린 후 윤석열 대통령의 추가 상향 조정 지시에 따라 정부는 15%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상향이 실현될지 불투명하다. 2020년 기준 삼성전자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1.5%인 반면 TSMC는 11.5%에 불과했다. 이런데도 국회는 지난해 말 법인세를 1%포인트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그쳤다. 정부와 국회가 전방위 지원에 나서지 않는 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들의 위상은 계속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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