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 덜 끝났는데 사전점검? '45일 전' 규정에 입주민 불만

법 규정 명확하지 않아 갈등 부추긴다는 지적
국토부도 개선 방안 준비…"조속히 개선하겠다"

다음 달 28일 준공을 앞둔 대구 동구 한 신축 아파트가 14~15일 사전점검을 진행한다고 예고하자 입주 예정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전점검을 하루 앞둔 13일 아파트 외부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을 두고 시공사와 주민들의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입주 45일 전에 해야 한다는 규정 탓에 외부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는 채 무리하게 강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전점검일까지 공사를 마치겠다는 시공사들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구청의 강력한 권고로 점검일이 3주 연기되는 아파트도 등장했다.

대구 동구 신암동 935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 입주예정자회의는 지난 10일 정비사업조합, 시공사 등을 만나 아파트 단지 내부에 있는 도로 공사 등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사전점검일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다음 달 28일 준공을 앞둔 이 아파트는 이달 14~15일 사전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사 현장을 둘러본 입주 예정자들은 도저히 사전점검을 할 상태가 아니라며 일정을 연기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 입주 예정자는 "준공이 한 달 남았는데 조경은 물론 출입구 공사도 미완성이고 건설 자재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며 "사전점검일을 맞추기 위해 날림공사를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되고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것도 안전상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요구에도 준공 일정을 맞추려는 시공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사전점검일 연기 계획은 없고 점검 후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입주 전까지 마무리해서 문제가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관리·감독기관인 동구청 또한 "사전점검 대상인 내부 공사는 완료됐다"며 "외부 조경, 단지 내 도로 공사 등은 진행 중이지만 점검 경로에 안전요원을 배치해 점검일에 무리가 없도록 계속 살피겠다"고 했다.

사전점검을 둘러싼 갈등은 신축 아파트 준공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시공사는 입주가 시작되기 45일 전 2일 이상 입주 예정자들이 아파트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 달 28일 준공을 앞둔 대구 동구 한 신축 아파트가 14~15일 사전점검을 진행한다고 예고하자 입주 예정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전점검을 하루 앞둔 13일 아파트 외부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문제는 '45일 규정'에 맞추려고 공사가 덜 끝난 상태에서 사전점검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많은 시공사들이 사전점검일에 맞춰서 주변 정비를 완료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구청의 중재로 점검일이 3주 연기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오는 14~15일 사전점검을 앞두고 있던 수성구 중동 한 신축 아파트는 주민들의 요구에 결국 사전점검일을 3주 뒤로 연기했다. 내·외부를 전체적으로 점검한 결과 조경과 도로 포장 등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수성구청의 강력한 권고에 따른 조치였다.

구청 관계자는 "제3자가 봤을 때 공사 완료됐다는 인상을 전혀 주지 못했고 주민들의 민원도 많았다. 주민들의 민원은 쏟아지는데 구청 차원에서 행정처분할 근거는 부족했다"며 "어느 정도 공정율이 올라오고 무슨 공정을 마쳐야 사전점검을 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을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협회와 지자체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최대한 빨리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달 28일 준공을 앞둔 대구 동구 한 신축 아파트가 14~15일 사전점검을 진행한다고 예고하자 입주 예정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전점검을 하루 앞둔 13일 아파트 외부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