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마다 찾아오는 '최악의 미세먼지'…분지지형 대구 속수무책

입력 2023-01-09 17:21:58 수정 2023-01-09 21:57:25

올해는 서쪽 아닌 영남권부터…대기 흐름 탓

대구·경북 지역의 초미세먼지 일 평균 농도가 닷새 연속
대구·경북 지역의 초미세먼지 일 평균 농도가 닷새 연속 '나쁨' 수준을 보인 9일 오후 대구 남구 앞산 충혼탑에서 바라본 도심 대기가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흐려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매년 1월이면 찾아오는 최악의 미세먼지가 올해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년과 달리 고농도 미세먼지가 서쪽이 아닌 영남권에서 먼저 발생했는데, 대기 흐름과 지리적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9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대구·수도권·강원 영서·세종·충북·충남에서 '나쁨' 수준을 보였다.

미세먼지는 10일에도 대구를 비롯해 서울·경기도·충북·충남·전북 등에서 '나쁨', 이 밖의 권역은 '보통'으로 예상된다. 경북·인천·대전·세종·광주는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을 보이겠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중부지역과 영남권은 전일 미세먼지가 잔류하고, 대기 정체로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축적돼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에도 미세먼지는 유독 1월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구는 이달 들어 2019년 이후 약 2년 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2번 발령됐다. 1월에 발령된 초미세먼지 주의보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구는 지난 2017년 1번, 2018년 2번, 2019년 3번 발령됐고 2020~2021년은 없었다가 지난해 1번, 올해는 9일 기준 벌써 2번 발령됐다.

한반도는 1월에 차갑고 강한 바람을 품은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가는데, 찬바람이 주춤하면 미세먼지가 쌓이게 된다. 올해는 미세먼지 패턴도 달라졌다. 보통 수도권과 충청·호남 등 서쪽지역이 국외 유입을 받아 미세먼지 농도가 먼저 높아지지만 이번에는 영남권, 즉 동쪽의 농도가 먼저 높아졌다.

이유는 대기 흐름 탓이다. 영남권은 대기가 정체된 와중에 불어온 바닷바람으로 오염물질이 축적됐다. 특히 분지 지형인 대구를 중심으로 공기 정체가 심해졌다. 대구는 팔공산(1천192m), 비슬산(1천83m) 등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 대기 확산이 원활하지 않아 오염물질이 축적되기 쉽다.

갈수록 심화하는 미세먼지 탓에 지자체마다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시민이 체감하기는 부족하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은 지난달 '제4차 미세먼지 관리계획'을 발표하고 각종 대책을 내놨다. 관리계획에는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영농폐기물 불법소각 방지, 공사장 비산먼지 저감, 대기오염 경보시스템 기능개선, 분진흡입차 확충 등 다양한 대책이 담겼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대책에 따른 효과를 정량화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진흡입차 등 미세먼지 저감에 명확한 효과를 내는 방법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쪽으로 대책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환경단체는 미세먼지는 '비상저감'이 아닌 '일상저감'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제 미세먼지는 일상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