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은 내 취미" 62세에 토익 만점 받은 정윤선 씨, 비결이 뭐길래?

입력 2023-01-09 15:55:59 수정 2023-01-10 13:47:58

62세 가정주부 정윤선 씨 990점 달성! 현재 유효 점수자 중 최고령자 등극
'단어'가 가장 기본, 문제집은 n회독 위해 볼펜으로 절대 표시하지 말 것
토익 고사장도 은근 중요… 중·고등학교보다 대학교가 더 쾌적
"전래동화와 영어 접목한 영유아 창의력 프로그램 만들고 싶어"

대구 동구 각산동에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인 정윤선(62) 씨가 지난해 12월 25일 치러진 제478회 토익 시험에서 990점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윤선 씨는 시중에 나온 토익 문제집은 모두 여러 번 풀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독자 제공
대구 동구 각산동에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인 정윤선(62) 씨가 지난해 12월 25일 치러진 제478회 토익 시험에서 990점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윤선 씨는 시중에 나온 토익 문제집은 모두 여러 번 풀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독자 제공

정윤선 씨의 토익 성적표. 만점인 990점을 달성했다. 독자 제공
정윤선 씨의 토익 성적표. 만점인 990점을 달성했다. 독자 제공

"남들이 스트레스 받을 때 영화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저는 생각이 많아지면 토익 문제를 풀었어요."

대구 동구 각산동의 가정주부 정윤선 씨가 62세의 나이로 토익 시험 만점을 달성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정 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제478회 토익(TOEIC) 시험에서 만점(990점)을 받았다. 전체 응시 인원 중 LC(듣기 평가) 상위 3%, RC(읽기 평가) 상위 1%를 차지했다.

토익 시험을 주관하는 YBM에 따르면 정 씨는 2023년 1월 현시점 유효 성적 보유자 가운데 최고령 만점자다. 역대로는 지난 2008년 63세 임인재 씨에 이어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낯선 미국 땅에서 만난 토익 교재, 만화책보다 더 재밌다!

정 씨와 토익의 인연은 머나먼 미국 땅에서부터 비롯됐다. 지난 2001년 정 씨는 미국 유학길에 오른 남편을 따라 미국 아이오와주·캔자스주 등에서 생활했다.

가톨릭대 가정학과를 졸업한 정 씨는 영어라고는 대학교 1학년 교양 수업으로 들은 것이 전부였다. 영어 비전공자로서 회화도 유창하지 못했고, 유학생 아내이라는 비자 신분으로 할 수 있는 활동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토익 문제집을 발견하게 됐다.

정 씨는 "처음 토익 문제집을 펼쳤을 때 내가 원하는 것들이 다 있어 너무 신기했다"며 "문제집 안에는 은행, 슈퍼마켓 등 장소·상황별 실용 표현을 익힐 수 있어 미국 생활에 매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토익 문제집으로 공부하며 영어에 점점 자신감이 생겼고, 집에만 있지 않고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등 보람찬 미국 생활을 즐기다 2009년 귀국했다.

◆지난해 3월부터 만점 목표 세워…하루에 3세트씩 풀어

정 씨가 토익 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지난해 3월 한양대 사이버대학원 아동가족학과에 입학하면서다. 토익 성적으로 대학원 졸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미리 성적을 준비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토익 만점을 목표로 1년 동안 시중에 나온 문제집은 거의 다 풀어봤다. 특히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보기 위해 책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정답을 표시할 때는 책에 하지 않고 별도의 종이를 활용했다.

또한, 실전 문제 풀이 감각에 익숙해지고자 전체 120분이 소요되는 토익 시험을 하루에 3세트씩 풀었고 매번 오답 체크도 꼼꼼히 했다. 아울러 실제 고사장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듣기 평가를 할 때도 이어폰은 쓰지 않았다. 주변 소음에 적응하기 위해 '매미소리 버전', '소음 버전' 음성 파일을 따로 내려받아 공부했다.

특히 듣기 평가와 읽기 평가 모두에서 기본이 되는 '단어'에 투자를 많이 했다. 단어를 익힐 때 그 단어가 포함된 다양한 합성어와 예문을 함께 익혔다.

◆문제보다 지문 먼저 꼼꼼히

이외에도 자신만의 다양한 '꿀팁'을 밝혔다. 정 씨는 "읽기 평가에서 긴 지문을 풀 때, 일부 응시생들이 문제를 먼저 읽고 지문을 보는 경우가 있다. 2016년 개정 이후 지문이 상당히 길어져 문제를 먼저 본 후 지문을 읽다 보면 정작 지문 자체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듣기 평가에 대해선 "시간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안내 방송부터 파트1 듣기 평가가 끝날 때까지 파트5 문법 문제를 함께 푸는 게 좋다. 다만, 파트2는 문제가 짧아 굉장히 집중해야 하므로 다른 파트와 병행해 푸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토익 고사장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고등학교보다 책상이 넓고 화장실 시설이 좋은 대학교 고사장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에겐 장차 영어 실력을 살려 자신만의 영유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정윤선 씨는 "현재 우리나라 영어유치원 등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교재나 수업 내용은 서구 중심적으로 이뤄져 있다"며 "아이들이 영어 공부와 함께 우리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전래 동화와 영어를 접목한 프로그램을 개발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