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빠져" VS "모금 주도 안했다"…'후원금 먹튀' 경태아부지·전 여친, 서로 책임 떠넘기기

입력 2023-01-07 14:29:26 수정 2023-01-07 14:41:41

검찰 중형 구형

검찰이 반려견
검찰이 반려견 '경태'의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고 잠적한 '경태아부지' A(34) 씨와 전 여자친구 B(38) 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7년을 6일 구형했다. 경태아부지 SNS 캡처

검찰이 반려견 '경태'의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고 잠적한 '경태아부지' A(34) 씨와 전 여자친구 B(38) 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7년을 6일 구형했다. 두 사람은 이날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민성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와 B씨의 사기 및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5년, B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유기견에 대한 선량한 관심을 이용해 1만2800여명으로부터 6억1070만원을 편취한 점이 불량하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두 사람은 반려견 '경태'와 '태희'의 심장병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신고 없이 거액의 후원금을 모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인스타그램 계정에 후원금 모금 글을 올렸고, 거액의 후원금이 모이자 잠적했다. 이들은 약 6개월 동안 경찰 추적을 피해 다니다가 지난 10월 4일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올해 후원금으로 1만2천808명으로부터 모두 6억1천 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모금액 대부분을 빚을 갚거나 도박하는 데 써버려 환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횡령한 6억 원 대부분이 B씨 통장으로 넘어간 점 등을 이유로 B씨를 주범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B씨는 A씨의 여동생이라고 후원자들을 속이며 SNS 계정 관리와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A씨를 불구속기소, B씨를 구속기소했다.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B씨는 지난해 11월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받고 석방됐다가 잠적했으나 지난달 7일 대구에서 검거됐다.

이날 법정에서 B씨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A씨는 경태를 이용해 어떻게든 돈을 벌려 혈안이었고 경태와 A씨를 사랑하는 저는 잘못되는 걸 원치 않았다"며 "A씨가 하나부터 열까지 죄를 떠넘기며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태는 사실 B씨의 강아지였고 널리 알려지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도, SNS 계정 관리도, 처음 글을 올린 것도 모두 B씨"라며 "저는 전혀 몰랐고 채무를 돌려막고 있다는 B씨의 말만 믿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데 돈을 누가 쓴 거냐. 조금이라도 피해를 회복시켜준 것이 없다"며 "특히 B씨는 반려견과 유기견에 동정심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했고 피고인을 존중해 구속집행을 정지해준 재판부를 무시하고 도망쳤다"고 비판했다.

선고는 27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