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법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하다가 사람이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어렵사리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이건만 산업재해 예방 기능을 하기보다는 논란으로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다.
지난해 1월 27일 발효된 이 법은 중대 산업재해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2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할 시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내린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현장은 이 법 시행 이후에도 안전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더라도 지난해 1~9월 발생한 국내 산재 사망자는 510명(483건)으로 지지난해 같은 기간(502명·492건)보다 오히려 늘었다.
이 법은 입법 당시부터 적용 대상과 처벌 수위 등으로 말들이 많았다. 처벌 조항은 강력하지만 정작 지난 한 해 산업재해 발생으로 기소된 건수는 11건에 불과하다. 엄격한 법만 만들어 놓았지 산업재해를 실효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유명무실한 중대재해법을 강화하고 정부가 더 책임 있게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재계는 기업 활동만 위축시키는 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이 법은 양쪽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이 법이 지닌 근본적 문제점은 '과실 책임'이 아니라 '결과 책임'을 묻는다는 데 있다. 사업주의 과실 유무 및 정도와 무관하게 중대 산업재해라는 결과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이다. 법이 제시하는 안전 의무 준수 기준은 불명확하고 기업 현장의 이해도도 형편없다.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본연 취지를 살리기보다 기업인의 막연한 두려움부터 유발하니 법에 대한 저항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노동계 및 재계와의 충분한 숙의도 없이 7개월 속전속결로 법을 만들다 보니 결과적으로 허점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정치 이념이 입법 과잉으로 이어진 나쁜 사례다. 중요한 것은 산업재해 감소라는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다. 산업 현장이 안전하면서도 기업 의욕도 꺾지 않게 해야 한다. 처벌이 아니라 재해 예방에 중점을 맞춰 법을 손질하고 제도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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