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까지 갤러리CNK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갤러리CNK에서 독일 중진작가 필립 그뢰징어(Philip Gröinger)의 개인전 'Why so serious'가 열리고 있다.
필립 그뢰징어는 지난해 7월 서울 초이앤초이갤러리 등에서 아시아 첫 전시를 선보인 바 있으며, 대구에서는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화려하고 현란한 색채로 가득한 그의 작품은 무한한 생동감이 넘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 슬픔과 기쁨, 혼돈 등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그뢰징어식 화면구성법'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범우주적 관념의 상상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기이한 형태의 생명체들이 이미 사라진 과거 문명의 유물 사이를 유영한다. 미스터리한 기계식 구조나 요새, 불타는 스카이라인 등은 공상과학 영화나 레트로 게임을 연상하게도 한다.
"우리의 머릿속에 맴도는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 때로는 이런 인상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우리조차도 모를 때가 있어요. 그림을 그리거나 특정 문장들을 인용하면서 그 영감들이 어디서 온 건지를 서서히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순간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런 기억의 파편들과 과거의 순간들을 내 그림 속에 배치하는 것! 이 과정이 정말 즐겁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거나 머릿속이 가득할 때면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그림 하나로는 그 많은 것들을 다 담기에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죠. 그러면 도미노처럼 다음 그림으로 넘어가 어느 순간 한 시리즈가 탄생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그 이야기의 해석은 오로지 관객의 몫입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영감과 기억의 파편들이 조화를 이뤄낸 그의 그림은 빠른 속도감이 느껴진다. 즉흥적이고 순발력 넘치게 화면을 구성하고, 오일, 아크릴, 파스텔, 스프레이 페인트 등 재료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또한 초현실주의, 표현주의, 낭만주의 등 특정한 미술사조나 스타일에도 국한되지 않는다. 오로지 그뢰징어만의 방식으로 온갖 상상력의 지평을 특유의 추상적인 내러티브로 구현해낸 결과물을 보여준다.
김소연 갤러리CNK 대표는 "현대 사회 속 우리들의 삶은 한정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제각각의 특유한 이질적 감성들로 충만하다"며 "그뢰징어가 매우 다양한 색상과 기법을 혼용해 유기적인 내러티브 화면을 만들어내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뢰징어 그림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바로 작품의 스토리 완성을 보는 이에게 맡긴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야기의 시발점으로써 단초만 제공할 뿐, 관람자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2월 9일까지 이어지며 일·월요일은 휴관이다. 053-42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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