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갤러리] 만촌동 주택가에 자리한 ‘갤러리청애’

입력 2023-01-03 10:06:03 수정 2023-01-03 18:03:01

국내 구상화단 대가 작품 위주 전시
“좋은 작가와 관람객 이어주고 싶어…
편하게 와서 차 한잔하는 사랑방 되길”

갤러리청애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청애 전경. 이연정 기자

동네를 걷다가 우연히 '갤러리'라는 간판을 발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선다. 전시 중인 작품을 보며 바쁜 삶 속 잊혀진 기억과 내면의 얘기에 귀 기울인다. 큐레이터와 자연스레 작품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짧지만 알찬 시간을 보내고 갤러리를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카페나 소품샵처럼 부담없이 갤러리에 들러 여유를 만끽하는 시대다. 아직도 '미술은 어렵다'는 인식 탓에 쭈뼛쭈뼛 망설이고 있다면 무작정 그림 앞에 서보길 권한다. 대구의 골목 곳곳에도 다채로운 갤러리들이 속속 숨어있다. 가볍게 찾아가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우리 동네 갤러리'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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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만촌동 조용한 주택가를 따라 걷다보면 경사진 골목 끝 언덕배기에 '갤러리청애'(화랑로2길 43)가 자리하고 있다. 2층 주택의 지하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했는데, 언덕의 경사 덕분(?)에 지하실이 아닌 별개의 주택 1층인 듯 보인다.

자그마한 마당에 붙여진 '갤러리청애는 국내 구상화단의 대가와 함께합니다'라는 문구에서 갤러리만의 뚜렷한 색을 엿볼 수 있다. 유화, 민화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장선애 대표가 구상을 중요시하는 영향이다. 대표작가 역시 '동백 작가' 강종열, '장미 작가' 김재학, '자두 작가' 이창효, '해바라기 작가' 김태선 등 구상화가의 대가들로 채워져 있다.

79㎡ 규모의 화이트 큐브에는 올해 신년 기획전시로 김만식 작가 초대전이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김만식 작가는 갤러리청애의 첫 개관 전시를 장식한 작가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만 몰두해왔다. 그처럼 꾸준히 좋은 작업을 해오는 데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관람객들과 이어보자는 마음에서 갤러리를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와 다른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만식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청애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김만식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청애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청애는 2016년 영천에 처음 개관했으며, 지난해 1월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전한 지 딱 1년. 안효섭 큐레이터는 "사실 대로변의 임대료가 비싸서 골목으로 들어왔는데, 어두컴컴하던 공간이 환하게 밝아졌다며 주민들이 좋아한다. 이전한 이후 주변에 카페 등이 많이 들어서 동네에 좋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큐레이터의 소망은 갤러리가 지나가던 이들이 편하게 들어와서 차 한잔하며 그림 얘기를 하는 사랑방이 됐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갤러리는 단순히 그림을 파는 곳이 아니라, 미술관의 기능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 전시장 공간을 확장해 미술관의 기능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장 대표는 "그림은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하고 기쁨을 주는 것이며, 다른 물건과 다르게 정(情)이 있는 듯하다. 집에 걸린 그림이 주는 긍정적인 기운을 알기에, 그림이 팔릴 때 '저 사람에게 힘이 되겠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며 "남의 말을 듣고 작품을 사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고 볼수록 행복한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갤러리청애는 구상화단의 대가 전시뿐만 아니라 신진작가 발굴, 아트페어 참가 등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작가들의 작업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QR코드도 제작 중이다. 따뜻한 봄, 파릇파릇한 식물들로 채워질 예정인 갤러리 앞 마당의 모습이 기대된다.

갤러리청애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청애 전경. 이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