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윤석열 정부의 2023년

입력 2023-01-01 21:58:23 수정 2023-01-02 07:21:41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위원들과 떡국으로 조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위원들과 떡국으로 조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1월 1일 기준으로 13%쯤 지났다. 물론 그의 임기는 1천590일(87%)이나 남았다.

시간은 넉넉해 보인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과 골디락스(어떤 일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가 있다. '윤석열의 시간'도 그렇다. 임기 초반이 아주 중요하다. 임기 중반쯤이면 대한민국 여느 대통령 할 것 없이 레임덕을 겪었다. 레임덕은 권력(權力)이 아니라 권한(權限)을 가진 민주국가 통치자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렇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초장부터 피치를 올려야 한다. 임기 첫해와 2년 차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 시기에 자신의 국정 철학과 비전을 담은 간판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여야 하는 것이다. 뒤로 갈수록 시간은 대통령 편이 아니다. 3년 차부터는 임기 초에 걸었던 국정 드라이브 관성의 힘으로 정권의 시간이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드라이브는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시동이 늦게 걸린 편이다. 임기 첫해에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순방 외교 성과 시비, 낮은 국정 수행 지지율 등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윤 정부는 임기 8개월 차인 지난해 12월에서야 정책 색깔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대해 윤 정부가 강한 톤으로 로드맵을 발표한 것이 특히 그렇다.

윤 정부는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대표 정책으로 정한 것 같다. 역대 어느 정부도 손대지 못한 분야다.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저항이 큰 탓에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한 것들이다. 특히나 선거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1~2년 단위로 돌아오는 우리나라 정치 여건상 대통령이 개혁 정책을 임기 내내 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은 선거가 없는 올해를 놓치면 이 이슈들을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좋든 싫든 올해 하반기부터는 총선 정국으로 급속히 접어들 것이다. 게다가 내년 4월 10일에 있을 제22대 총선은 윤 정권 중간 평가 성격도 강하게 띨 것이 분명하다. 어느 대통령인들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라는 여소야대 쓴맛을 누구보다 톡톡히 경험한 윤 대통령은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윤 대통령은 정공법을 써야 한다. 좋은 정책, 힘 있는 정책으로 국민 마음을 얻어야 한다. 정부가 잘하면 국민들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을 심판하고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국민 마음을 못 얻으면 집권 세력으로서는 혹독한 시간이 기다릴 수 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여소야대가 지속된다면 윤 정부의 동력은 급격히 약해지고 레임덕도 앞당겨질 것이다.

정치 공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여당은 보수의 용광로가 돼서 총선 무대에 올라야 한다. '윤핵관당' '검사당'이 되어 총선을 치르겠다는 유혹을 끊어야 한다. '진박' 감별 공천 무리수를 썼다가 참패한 제20대 총선을 상기해 보라.

개혁은 지극히 어려운 과제다. 기득권 저항에 맞닥뜨려야 하고 때로는 인기 없는 정책들을 뚝심 있게 펴야 한다. 하지만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개혁이다. 윤 대통령은 2023년 검은 토끼의 시간을 요긴하게 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