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문화경영에 관한 성찰

입력 2022-12-27 12:28:53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문화정책이나 문화경영 현장에서 자주 쓰인 용어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문화민주화'고 다른 하나는 '문화민주주의'이다. 이 두 용어와 관련해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지낸 두 사람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는데, 드골 정부에서 프랑스 초대 문화부 장관(1959~1969)을 지낸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와 미테랑 정부에서 문화부 장관(1981~1986, 1988~1993)을 지낸 '자크 랑(Jack Lang)'다.

이중 프랑스 문화부 창설을 지휘한 말로는 기존의 엘리트 예술의 확산을 목표로 '문화민주화' 정책을 주도하고, 문화 활동을 분산하여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에 8개의 '문화의 집'을 설립하였다. '문화의집'은 우리나라로 치면 광역시나 주요 도시에 건립된 공립문화예술회관에 해당한다. 하지만 수도인 파리 중심의 엘리트 예술에 대한 대중의 취향과 관심은 낮았다,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문화민주화' 정책은 예술의 확산보다는 오히려 예술을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구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문화의 집'은 대중의 접근을 막는 벽으로 작용했고, 대중은 '문화의집'을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는 공간으로 인식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나온 정책이 '문화민주주의'로서 '문화대통령'이라 불렸던 자크 랑이 주도했다. 그는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의 관점에서 대중들이 즐기던 거리예술, 서커스, 만화, 요리, 패션, 공예, 재즈 등을 문화정책의 지원 대상이 되도록 했으며, 이 정책은 탈중심화와 지역문화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특정 계층이 아닌 대중 전체의 문화 소비와 향유 방식을 전제로 한다. 또 문화생산자로서 대중들의 문화활동 참여 장려가 그 특징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공립문화기관 운영에 있어 '문화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들의 활동이 사회계층 간에 존재하는 벽을 허물고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는다. 대부분의 문화 기관의 이사회나 위원회가 일반 대중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들에 대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립 문화예술회관도 한번 살펴보자. 그동안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됐지만, 이들의 활동은 한정된 형태로 반복 소비되는 형태를 보여 왔다. 문화예술회관들이 지역문화의 중추 거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함에도 서울에서 만들어져 유명인들이 출연하는 패키지 공연이나 해외 작품들을 소매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는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문화예술회관이 입장권 구매자나 잠재적 구매자 만을 위한 운영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가진 대중들을 서비스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문화민주주의의 적용은 예술의 자유를 포기하고 포퓰리즘에 맞추라는 의미는 아니다. 환경변화로 인해 문화예술회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문화예술회관은 대중들이 문화활동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문화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대중과 예술가들이 소통하도록 하는 문화개발자로서 역할을 해야 미래에도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