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가족' 정인순 씨 가족 "우리 가족이 사는 달성군에도 헌혈의 집 생겼으면…"

입력 2022-12-25 14:20:49 수정 2022-12-27 16:00:56

"현재까지 총 350회 헌혈"…적십자 봉사원 활동하면서 시작, 가족들도 동참
작은아들 장규 씨 142회로 최다…"대구 헌혈인구 늘었으면 좋겠어요"

'헌혈 가족'인 정인순 씨 가족이 헌혈증서와 헌혈 유공 훈장 등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작은아들 이장규 씨, 큰아들 이준서 씨, 남편 이우병 씨, 아내 정인순 씨.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제공.

대한적십자사의 통계에 따르면 헌혈가능인구 대비 헌혈률은 2019년 7.08%, 2020년 6.63%, 2021년 6.64%이며, 헌혈 실적 또한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헌혈은 생명을 살리는 간단하지만 소중한 활동이다. 대구 달성군에 사는 정인순(61) 씨 가족은 구성원 모두가 이 소중한 활동에 적극적이다.

이들 가족이 현재까지 한 헌혈 횟수는 총 350회. 작은아들인 이장규(35) 씨가 142회로 제일 많고 정 씨가 110회, 큰 아들인 이준서(38) 씨가 78회, 남편 이우병(64) 씨가 20회를 했다. 이우병 씨는 "전혈 헌혈을 많이 한 데다 아무래도 가장으로써 일을 해야 하다보니 헌혈을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아내와 아들들을 헌혈하는 장소까지 차로 태워주는 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 씨 가족이 자타공인 '헌혈 가족'이 된 데에는 적십자 봉사원으로 활동하는 정 씨의 영향이 컸다. 약 10년 전 적십자 봉사원으로 활동하면서 정 씨는 헌혈 또한 자주 하게 됐다. 정 씨는 "주사나 한의원 침은 무서울 때가 있는데 헌혈 할 때 꽃는 주사바늘은 별로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이나 헌혈을 열심히 하게 된 데에는 한 때 정 씨 가족이 겪었던 삶의 어려움을 봉사활동을 통해 이겨낸 경험 때문이다.

"90년대에 사업을 하면서 부도도 몇 번 맞았고, 그러면서 여기저기 많이 옮겨다녔어요. 그 때 어릴 적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다니던 절에 계시던 스님이 봉사활동을 많이 하시는 걸 보고 저도 같이 하면서 자연스레 봉사 활동으로 삶의 어려움을 이겨냈어요."(정 씨)

"제가 봤을 때 아내는 남을 돕는 게 천성인 것 같아요. 항상 채소나 음식들을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독거노인들이나 힘들어하는 이웃들에게 나눠주거든요. 나눔을 받은 이웃들이 나중에는 우리 집에 또 뭔가를 갖다주시더라고요. 그 때 아내가 왜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지 어렴풋이 느꼈습니다."(이우병 씨)

숱한 어려움 끝에 현재 정 씨 가족은 논공공단에서 자동차부품공장을 운영하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정 씨 부부는 "지금처럼 살게 된 것도 어찌보면 아내가 봉사활동이나 헌혈 등으로 쌓은 선한 마음이 알게 모르게 돌아오는 것일수도 있다"며 "이런 마음과 행동을 자식들도 물려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이러한 모습을 보고 커 왔던 때문인지 두 아들도 헌혈에 적극적인데다 어머니의 봉사활동을 돕는 데도 선뜻 손을 빌려준다.

"토요일이 되면 어머니께 '집에 계세요?'라고 안 여쭤보고 '어디 가세요?'라고 여쭤보게 돼요. 항상 시간만 나면 봉사활동 하러 나가시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여쭙게 됐어요. 어머니 혼자 하기 힘든 활동은 자식들이 출동해서 도와드리기도 하고요."(이준서 씨)

"학교 다닐 때 근처 헌혈의 집이 있었거든요. 거기서 간간히, 친구들 기다리다가 성분 헌혈 위주로 헌혈을 많이 했어요. 틈틈이 하다 보니 어느새 100회를 넘겼네요."(이장규 씨)

헌혈에 진심인 정 씨 가족이 바라는 것 중 하나가 달성군 지역 내에 헌혈의 집이 생기는 것. 헌혈을 위해 정 씨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헌혈의 집인 계명대센터까지 왕복 2시간을 써야 하는지라 헌혈을 하려면 하루 반나절을 써야 해 시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달성군을 보면 테크노폴리스 등지에는 젊은층 인구가 많아요. 또 대구과학관을 찾는 가족들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도 있죠. 이들이 헌혈의 집을 보고 헌혈을 쉽게 시도한다면 대구의 헌혈 인구가 좀 더 늘지 않을까요? 또 달성군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저희들과 같은 헌혈 가족이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정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