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49>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우리도 친구가 될 수 있어!

입력 2022-12-22 11:14:45 수정 2022-12-24 05:55:42

송미경, 김남진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송미경, 김남진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매년 방학이면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특강들이 열린다. 올해 여름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는데 그 중 '이야기가 있는 코딩' 프로그램이 호응이 좋았다.

'이야기가 있는 코딩'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주관하는 공모사업으로 아이들이 사서와 함께 그림책을 읽은 후, 전문 강사와 그림책과 관련된 코딩 창작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4일동안 진행되었는데 그동안 총 4권의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줬다. 모든 책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너는 괴물?'이라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 먼저 책을 읽어봤다. 책 표지에는 우산을 쓴 단발머리의 아이가 서 있고, 왼쪽 모퉁이쪽에 연두색 꼬리가 보인다. 비늘이 살짝 덮여있어 이 책을 처음 읽어보는 사람에게는 괴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책 표지 그림을 보고 괴물에 대한 약간 불편한 느낌을 가졌다.

주인공은 비가 오는 날 등굣길에 연두색 꼬리를 가진 괴물같은 동물을 보게 되고, 주인공과 동물은 서로를 '꼬리 괴물', '사람 괴물'이라 부른다. 주인공은 꼬리 괴물이 징그럽고 무섭다고 하고 꼬리 괴물은 주인공에게 긴 머리카락과 속눈썹이 무섭고 끔찍하다며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헤어진다.

집에 돌아온 주인공은 잠시 생각한다. 그러다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면서 누군가에게 자신이 무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비옷을 입고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고 꼬리를 만들어 달고 꼬리 괴물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꼬리 괴물과 서로 싫은 것, 무서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꼬리와 손을 살짝 잡는다. 그래도 여전히 서로가 징그럽다. 하지만 이들은 징그러움을 견디며 친구가 된다.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이 책이 나에게 준 메시지다.

이를 생각하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일었고, 자신의 주변에 꼬리 괴물같이 처음에 편견을 가지게 된 친구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키가 너무 작아서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쉬는 시간에 조용히 자리에만 앉아 있어서 친구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등 아이들은 저마다 가졌던 편견들에 대해 말했고, 이 책을 읽으며 그 친구들은 그냥 나와 다른 것 뿐이니 겉모습만으로 친구를 판단하면 안되겠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것을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책에 대해 서로 소통했다는 점에 있어서 사서로서 정말 뜻 깊었던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책, 그리고 도서관과 더 가까워지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책을 소개하고 그 책에 대해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좀 더 자주 마련해야겠다.

공은정 달성도서관 사서. 본인 제공
공은정 달성도서관 사서. 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