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발 미래 공교육 '국제 바칼로레아' 전국으로 확산

입력 2022-12-20 19:24:28 수정 2022-12-20 21:00:47

전국 19개 IB 월드스쿨 중 14곳이 대구, 대구 IB 전국에서도 관심
이주호 교육부 장관, IB 월드스쿨 운영 중인 사대부중 찾아 수업 참관
IB 전국 확산 위해 넘을 산도 많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후 대구 경북사대부중을 방문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후 대구 경북사대부중을 방문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사대부설중학교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사대부설중학교에서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일 오후 3시 30분쯤 대구 중구에 있는 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 3학년 교실에선 '시끌벅적'한 영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4명씩 7개 조로 나눠진 학생들은 '저메추'('저녁 메뉴 추천좀'라는 뜻의 신조어) 등 단어를 어떻게 영어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개인별 크롬북을 통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프로젝트 결과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 시간에도 반 학생 절반이 손을 들어 질문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고 심도 있는 탐구 활동이 이어졌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이신영 사대부중 3학년 학생은 "교과서 위주로 하는 수업에서 배운 내용은 빨리 사라지는데 IB 수업을 통해 친구들과 오랫동안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얻은 지식은 오래 가서 좋고 여기에 의사소통 능력까지 길러져 좋은 것 같다"고 했다.

20일 대구를 방문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일반고에 확대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 바칼로레아'(IB)가 대한민국 교육계의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IB가 뭐길래

이 부총리는 이날 IB프로그램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교육부 관계자들과 함께 대구를 방문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1월 22일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은 사대부중을 찾아 3학년 영어 수업을 참관하고 대구시교육청 및 사대부중·고 IB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질 만큼 IB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부총리는 대구의 IB를 IB 전국 확산 검토에 중요한 성공적인 사례로, 대구시교육청은 이를 위한 좋은 전략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1968년 창립된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인 IB본부(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해 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교육프로그램이다. 개념 탐구 기반 프로젝트 및 토론형으로 진행되고, 평가는 논술형·절대평가 체제로 이뤄진다.

IB의 시초는 세계2차대전 이후 해외 이동이 잦은 외교관, 상사 주재원 자녀들을 위해 어느 나라에 있더라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글로벌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요구에서 비롯됐다. 프로그램 자체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올해 7월 기준 세계 160개국 5천여 개 학교에서 IB를 운영하고 있다.

IB는 ▷초등학교 PYP(Primary Years Programme) ▷중학교 MYP(Middle Years Programme) ▷고등학교 DP(Diploma Programme) ▷직업교육 CP(Career-related Programme) 등으로 나뉘며, 대학 진학과정에 해당되는 DP 경우 24개월 과정으로 언어와 문학(국어), 외국어, 수학, 과학, 인문사회, 예술 등 총 6가지 영역의 수업을 진행한다.

인증 단계별로는 IB에 관심을 갖고 이를 준비하는 '관심학교', 인증을 위해 필요한 교육활동을 실제로 펼치는 '후보학교', IB본부로부터 정식 인증을 받은 '인증학교'(IB 월드스쿨)로 분류된다.

대구는 제주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발 빠르게 공교육에 IB를 도입한 지역이다.

대구에선 2019년 IB 본부와의 업무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약 3년 만에 IB후보학교 13곳, 인증학교 14곳 등 모두 27곳, 기초학교 61곳 등 모두 88개 학교에서 IB를 실제로 운영하거나 IB 기반의 개념기반 탐구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20일에는 대구 남동초, 현풍초, 동덕초 3개 학교가 동시에 IB 월드스쿨 공식 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대구는 PYP 7개교, MYP 4개교, DP 3개교 등 모두 14개의 IB 월드스쿨을 보유하게 됐다. 외국인학교 및 국제학교를 제외한 전국 IB 월드스쿨 19곳 가운데 14곳이 대구 지역 학교다.

지역 IB 학교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도 높았다.

지난 IB 월드스쿨인 사대부중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 IB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의 만족도는 93.1%, 학부모 만족도는 92.2%로 높게 나타났다. IB 수업을 통해 가장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으로는 '자기주도적 학습 방법'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전국 확산…넘어야 할 산도 많아

IB는 대구와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올해 IB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경기·서울·충남·경남·부산 교육감이 지방선거에서 일제히 당선됐다. 지방선거 이후 경기도교육청은 IB 본부와 IB 도입을 위한 의향서 체결을 마쳤고, 서울시교육청도 내년 IB 시범학교 도입을 발표했다. 한국 초중등 학령인구의 57%가 몰려 있는 경기와 서울이 IB 교육에 나서면서 다른 시도 교육청의 추가 도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현재 대학입시가 상대평가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절대평가인 IB가 보다 확산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IB 학교에서 교원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도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IB 도입 논의가 이뤄질 당시만 하더라도 수시 비중이 높았으나 현재 정시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수시 전형을 확대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 IB로도 대학을 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지역 IB 고등학교 교사 A씨는 "평가 및 피드백이 학생마다 세부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여기에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리고 업무와 IB 관련 연수를 병행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