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이 된 가족에 감사…따뜻한 시조 오래도록 쓸 것
마을 숲 나뭇가지 사이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심란한 마음을 주체 못 하고 눈을 감았다 떴다 말을 잃었습니다. 온종일 올 듯이 퍼붓더니만 얼마 가지 않아 시나브로 흩뿌리다가 뚝 그쳤습니다. 눈 온 겨울 풍경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순식간에 마을 숲은 설원이 되었습니다. 따뜻한 남쪽에 살다보니 싸르륵 싸르륵 쌓인 눈이 게으른 마음과 정신을 맑게 씻어 줍니다.
덤벙덤벙 걸어오면서 지치고 힘들어 글쓰기를 그만두려고 할 때 손을 잡아준 선생님 덕분에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결코 짧지도 길지도 않는 나의 문학의 숲이 늘 푸르기를 기대하며, 한 발 두 발 디디며 걸어왔습니다. 이 숲 저 숲으로 옮겨 앉아도 생각은 아득하고 거친 바람 소리만 들렸습니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그리움의 힘입니다.
그 어떤 갈증에 허덕이던 마음도 내려놓았는데 뜻하지 않게 눈 내리는 날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뛰다가, 방방 뛰다가, 날다가, 이렇게 덜컹 오다니, 조용히 처절하게 설레어 허기지다, 그러기를 몇 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하얀 밤을 새하얗게 지새웠습니다.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 그리고 아이들 고맙고 사랑합니다. 정성껏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 한 상 차려 함께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사업니다 뭐다 하면서 가장 가까운 이들을 예사롭게 여겼는데 고맙습니다. 늘 함께하는 소중한 열 분 시인, 감사합니다. 시조가 어렵다고 푸념하면 고요히 앉아서 마음속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꿰뚫어 보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 하시던 선생님, 감사합니다. 큰 기쁨의 자리를 마련해 주신 매일신문사와 당선의 영광을 안겨주신 심사위원님, 고맙습니다.
따뜻한 시조를 오래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 황명숙
충남 대전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렘포레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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