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측 "665억 재산분할 수용 못 해, '내조'로 주식 가치 형성 협력"

입력 2022-12-19 10:31:54 수정 2022-12-19 12:41:28

"최태원 주식, 증여·상속 받은 게 아니라 1994년 매수한 것" 반박
"주부 내조로는 주식 등 사업용 재산 분할할 수 없다? 법리적 오류" 주장

노소영, 최태원. 연합뉴스
노소영, 최태원. 연합뉴스

19일 재계 등에 따르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남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진행 끝에 이달 6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김현정 부장판사)가 "원고(최태원 회장)가 피고(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노소영 관장 소송대리인단은 이날 "최태원 회장 소유 SK 주식을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해 재산 분할에서 제외한 부분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항소장을 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5년 혼외 자녀(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낳은 딸)가 있다고 밝히면서 이혼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이어 2017년 7월 신청한 이혼 조정도 불발이 되며 결국 소송으로 갔던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는듯 했지만, 다시 2라운드에 돌입한 맥락이다.

애초 이혼에 반대해 온 노소영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맞소송(반소)을 낸 바 있다.

앞서 노소영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최태원 회장 보유 그룹 지주사 SK㈜ 주식 중 절반인 648만 주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는 판결이 나온 당일(12월 6일) 종가 기준으로 1조3천억원대 규모였다. 최태원 회장은 SK㈜ 주식의 17.5%를 보유 중이다.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을 뒤흔드는, 향후 노소영 관장이 전 남편이 한가운데 앉은 SK㈜ 이사회에 등장하는 '영화' 같은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는 재산 분할 요구인 셈.

이어 1심 판결은 이러한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위자료 1억원, 재산 분할 665억원)으로 나와 노소영 관장의 향후 선택에 시선이 향했다.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 재산 가운데 SK 주식을 뺀 나머지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예금 등만 재산 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소영 관장이 SK 주식 형성부터 유지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특유 재산으로 판단하면서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즉, 최태원 회장이 부친인 최종현 선대 회장으로부터 증여 및 상속받은 SK 주식은 부부가 공동으로 모은 재산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노소영 관장 소송대리인단이 오늘(19일) 입장문을 언론에 보내 "해당 주식은 선대 최종현 회장이 상속·증여한 게 아니라 혼인 기간 중이었던 1994년 2억8천만원을 주고 매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원고(최태원 회장)의 경영활동을 통해 그 가치가 3조원 이상으로 증가했다"면서도 "그 가치 형성 과정에 피고(노소영 관장)가 내조로 협력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소송대리인단은 "전업주부의 내조와 가사노동만으로 주식과 같은 사업용 재산을 분할할 수 없다고 판단한 법리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가사노동의 기여도를 넓게 인정하는 최근 판례에 부합하지 않는, 법리적 오류가 있는 판결이었다"고 덧붙였다.

향후 항소심에서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노소영 관장으로서는 재산 분할 액수 자체를 1심 판결상 수백억원대에서 수천억원대 내지는 조 단위로 크게 키울 수 있는 셈이다.

▶故(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인 노소영 관장과 최태원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지난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슬하에 3남매(최윤정, 최민정, 최인근 씨)를 뒀다.

이어 이혼 소송 1심 판결이 나오면서 34년 만에 결혼 생활이 종료됐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는 잠시 유예될 전망이다. 노소영 관장이 이번에 항소를 결정하면서 두 사람은 법적 부부 관계를 당분간 지속하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사람이 다시 합치는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위자료 및 재산 분할 액수와 '34년'이라는 숫자 등이 바뀐 이혼 기사가 향후 이어질 전망이다.

노소영 관장은 1961년생으로 올해 나이 61세이다. 최태원 회장은 1960년생으로 올해 나이 62세이다. 김희영 이사장은 1975년생으로 올해 나이 47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