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시비로 번진 예산안 갈등…대구 중구청-의회 대립 '점입가경'

입력 2022-12-16 16:45:40 수정 2022-12-16 19:18:40

중구의회 여성 의원 "구청 직원 예산 감액에 욕하고 공포감 조성"
의회, 내년도 예산안 중 구청장 핵심 공약 예산 삭감
구청 "소명기회 안 줘 흥분…사실관계 파악 후 징계 결정"

대구 중구청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중구청 전경. 매일신문DB

주요 사업 예산 삭감을 둘러싼 대구 중구청과 중구의회 간의 갈등이 폭력 시비로 번지는 등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5일 권경숙·김효린·이경숙 중구의회 구의원들은 중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 직원들이 예산을 감액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공포감을 조성했다"며 구청 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1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최종 심사 직후 부구청장을 포함한 여러 간부 공무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이닥쳐 욕설과 함께 '예산을 다 깎으면 일은 하지 말라는 말입니까'라며 언성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들어서는 순간 여성 의원들만 있어 위협적이고 두려움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의 갈등은 내년도 중구청 예산안 심사부터 불거졌다.

지난 14일 중구의회는 제283회 본회의에서 구청이 당초 제출한 예산안 3천25억원 중 58억 원을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의 84%인 52억 원은 구청장 핵심 공약 예산으로, 내년도 관광 핵심 사업으로 내세운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35억원)', '동성로 미디어아트 구축(9억원), 대구형무소 역사관 조성 사업(5억원) 등이다.

중구의회는 이 관광 사업의 실효성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집행부가 사전에 구의회와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권경숙 구의원은 "이인성 아르스 공간의 경우 구의원 대부분이 반대했다. 35억원이나 들어가는 사업이면 미리 구의원들과 의논하고 시비라도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하는데 이 같은 과정이 없었다"면서 "유지비와 관리비도 많이 들고 건립 장소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중구청 측은 예산 삭감을 수용할 수 없다며 소명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지만, 폭력 시비까지 번지며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15일 오전에 예정된 2022년 마지막 추가경정 예산안 심사도 시작도 못하고 정회되기도 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전액 삭감된 예산 중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 사업과 대구형무소 역사관 조성 사업은 진골목, 삼덕교회, 김광석길을 잇는 주요 골목 투어 콘텐츠로 구상하고 있었다"며 "소명 기회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으니 화가 나 흥분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중구청은 구청 직원들의 폭력 시비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징계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