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리·학산·범어·야시골' 등 대구 도심 장기미집행공원, 불법 경작·쓰레기 몸살

입력 2022-12-18 17:08:44 수정 2022-12-18 20:35:18

사업한지 2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토지 매입 중'
장기미집행공원 사업대상지 총 19곳, 市 부지 매입 완료 토지 77%뿐
방치된 사업 대상지 흉물 전락…산책로 인근 컨테이너 닭장까지

최근 찾은 대구 서구 중리동 상리공원은 불법 경작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심헌재 기자
최근 찾은 대구 서구 중리동 상리공원은 불법 경작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심헌재 기자

대구 도심의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사업 대상지 곳곳이 불법 경작지로 전락하고 있다. 대구시가 사업 발표 이후 3년이 지나도록 해당 공원 부지 매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방치된 불법 경작지가 도심의 흉물로 자리잡지 않도록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찾은 대구 서구 중리동 상리공원. 중년 여성 2명이 공원 내 경작지에서 콩을 재배하고 있었다. 장기미집행공원 사업대상지인 이 곳에서 벌어지는 경작은 모두 불법이다. 이들은 "불법 경작인 것은 알지만, 취미 생활 삼아 작은 콩밭을 가꾸고 있다. 이 일대에서만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경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2019년 8월 19개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사업 대상지를 발표했다. 재정 부족 등의 이유로 장기간 방치된 도심 공원 부지를 매입해 도시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사업비(매입비)만 7천120억원으로, 지난 2020년 7월부터 본격적인 매입 절차에 들어갔다.

문제는 완전한 토입 매입에 시간이 걸리면서 해당 공원 부지마다 불법 경작 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상리공원은 현재 토지 매입 비중이 전체의 90%로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곳이지만, 이곳에서 취재진이 확인한 불법 경작지는 족히 수 백㎡가 넘었다. 산책로 인근에는 컨테이너 규모의 닭장까지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경작지 주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작에 쓰인 비료 포대, 비닐, 플라스틱 통 등의 쓰레기들이 발에 치이기 일쑤였다. 인근 주민 A씨는 "산책을 할 때 비료 냄새도 나고, 쓰레기도 방치돼 미관상 좋지 않다"며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제대로 된 관리도 이뤄지지 않아 불만스럽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불법 경작지로 전락한 장기미집행공원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대구시에 따르면 장기미집행공원 내 불법 경작지는 학산공원(달서구), 장기공원(달서구), 범어공원(수성구), 야시골공원(수성구), 신암공원(동구) 등에 무더기로 방치돼 있다.

이는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사업을 발표한 지 3년이 흘렀지만 대부분의 사업 대상지가 토지 매입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전체 매입 대상지 299만3천㎡ 중 매입이 끝난 토지는 231만3천㎡로 약 77%에 그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토지 면적이 너무 넓고, 그만큼 소유주도 많아 토지 매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토지 매입만 완료된다면, 공원 조성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찾은 대구 서구 중리동의 상리공원. 불법 경작지와 함께 컨테이너 크기의 닭장도 보였다. 심헌재 기자.
지난달 찾은 대구 서구 중리동의 상리공원. 불법 경작지와 함께 컨테이너 크기의 닭장도 보였다. 심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