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 회장에 尹캠프 출신 이석준…금융권 "'관치·낙하산' 신호탄"

입력 2022-12-12 16:09:36 수정 2022-12-12 19:29:14

관치 그림자 짙어지자 금융노조, 저지 투쟁 전개 선언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됐다.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고 손병환 현 회장 후임으로 이 전 실장을 단독 추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연합뉴스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됐다.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고 손병환 현 회장 후임으로 이 전 실장을 단독 추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연합뉴스

금융권 인사에 낙하산 신호탄이 켜지며 관치 금융 행태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H농협금융 회장에 기획재정부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이런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전위원회는 12일 이 전 실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손병환 현 회장의 임기가 연말까지라 내년 1월 1일부터 이 전 실장이 NH농협금융을 2년 간 이끈다.

애초 손 회장 임기가 1년 더 연장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손 회장은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래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 이 때문에 내부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시 전직 관료 출신 인사가 올 가능성이 제기됐다. 새 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경제관료들이 이 자리에 욕심을 품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2024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연임을 추진하면서 힘 있는 관료 출신을 영입할 거라는 예상도 나왔다.

결론은 이 전 실장이었다. 이를 두고 이성희 중앙회장으로선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면서 대선 캠프 초기에 활동한 이 전 실장이 매력적인 대안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의 현안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내부 출신보다 관료 출신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에선 NH농협금융 사례가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를 포함한 전직 관료들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라고 예상한다. 이미 그런 분위기는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감지됐다. 3연임할 것이 유력해 보이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스스로 후보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다.

조 회장의 결단을 두고 형식상 자진 사퇴일뿐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란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와 은행권 인사와 관련해 관치 금융이라 해석할 만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라임펀드를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한 우리은행을 제재하면서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에게 문책 경고한 것을 두고도 손 회장을 밀어낸 뒤 특정 인사를 그 자리에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1년 6개월 간 미뤄왔던 징계를 갑작스레 결정해 그런 말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손 회장 후임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 출신 관료들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 회장이 소송을 통해 연임을 시도할 가능성을 두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관치 금융 논란을 더 키웠다.

이런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자녀 관련 특혜 의혹을 받는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이 임기를 5개월 앞둔 지난달 사퇴를 결정해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일 끝난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에다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선임된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0만 조합원이 단결해 낙하산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BNK금융지주 경우 이사회 규정까지 바꿔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 임명을 준비하고 있다. 법에 의한 공정이 아니라 법을 이용한 불공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