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아이들 미술 가르치다 마흔 넘어 노인문제 관심 가져
"아이 노인 돌봄 별반 다르지 않아 함께 그림 그리는 공간 갖고 싶어"
우리 사회가 결국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소위 '노치원'이라 불리며 주간 보호를 담당하는 시설부터 요양병원, 요양원 등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구 남구 봉덕동 고산골 인근에 자리잡은 '앞산고을 요양원'은 앞서 말한 노인 돌봄 시설 중 하나다. 이 곳을 운영하는 정경희 원장을 만나 '백세시대'라 불리는 요즘 요양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어봤다.
13년 동안 '앞산고을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 원장은 요양원을 '노인들이 자기가 살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자신과 처지와 비슷한 노인들과 함께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정의하고 이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애초에 요양원을 앞산에 지은 이유도 부모님을 모신 자녀들이 찾아오기도 좋은 곳인데다 대구시민들이 편하게 여기는 앞산이 노인들이 요양하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한때 각 언론에서 요양원에 대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일부 요양원에서 노인을 학대하는 모습을 너무 자극적으로 보도한 탓에 오해도 많이 받았죠. 실제로도 저희 요양원도 어르신들을 돌보다가 어르신들이 다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 때 보호자인 자녀들로부터 항의는 물론이고 다양한 민·형사 소송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요양원은 전문적인 돌봄을 제공하고 있고 저희 요양원 또한 한 분의 어르신을 2~3명이 함께 돌보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노인 요양에 대해 잔뼈가 굵은 정 원장은 요양원을 차리기 전까지는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미술학원 원장 선생님이었다. 어린이들을 상대하다가 갑자기 어르신을 돌보는 일로 직업을 전환하게 된 데에는 '나이가 들면 사람은 도리어 아이가 된다'는 어떤 깨달음 때문이었다.
"30년간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쳤지만 좀 더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서 마흔 넘어서 대학원을 통해 아동미술과 사회복지 관련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어린이를 돌보는 방법이나 나이 많은 분을 돌보는 방법이나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노인 관련 복지 서비스 쪽으로 관심이 기울어졌죠."
정 원장은 요즘 들어 요양원의 필요성이 더 늘어났음을 느낀다. 그래서 여러 곳에서 요양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지회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가운데 하나다. 여성경제인협회 활동을 통해 대구시가 민간 장기요양 부문의 예산 지원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등 성과를 얻기도 했다.
"여성경제인회 모임에 처음 가서 했던 말이 이거예요. '여러분들이 산업 전선에서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돌봄 서비스 사업이 필요하다. 어린이는 어린이집에서 돌봐주고 나이 많은 노부모들은 요양원에서 돌봐줄테니 여러분들은 산업전선에서 열심히 일하시라'고요. 지금은 노인 돌봄과 관련된 분야가 '복지'의 개념이 강하지만 결국에는 '사업'의 개념이 들어가야 좀 더 좋은 질의 돌봄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해요."
요양원 운영의 큰 목표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묻자 정 원장은 "거창하다면 거창하고 소박하다면 소박한 꿈"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미술을 전공했으니까 늙어가지만 그림 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그림 그리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게 제 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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