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이제 민주당만 남았다

입력 2022-12-01 16:10:36 수정 2022-12-01 19: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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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21일 국회에서 송갑석 민주당 의원(광주서구갑·왼쪽)과 회동을 갖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맨 오른쪽은 강대식 의원, 오른쪽 세 번째는 이인선 의원. 대구시 제공

장성현 사회부 차장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홍준표 대구시장이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말문을 열었다.

"미리 정리가 됐을 텐데 딴소리 안 할 거죠?" 다음은 국방부 차관에게 한마디. "국방 예산과 특별법은 상관이 없는 겁니다. 그런 걸로 시비 걸면 안 됩니다."

홍 시장은 이어 행정안전부 차관과 국토교통부 차관에게도 협의가 됐다는 걸 확답받았다.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과 같이 추진하면 (TK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금년 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봅니다. 특별법이 올해 내로 통과되도록 잘 부탁합니다." 이날 회의 내용은 고스란히 영상으로 기록됐다.

전날 홍 시장은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을 발의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두 법안의 연내 동시 통과를 약속했다. 당초 민주당은 두 법안을 연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두 법안의 연계 또는 병합 처리는 대구시에 큰 부담이었다.

군 공항 이전에 필요한 절차를 대부분 통과한 대구시와 아직 이전 후보지도 선정하지 않은 광주시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군 공항 이전 논의부터 기부대양여 정산과 개항까지는 16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TK 통합신공항은 현재 전체 과정 가운데 11번째 단계인 기본계획 수립이 끝나고 다음 단계인 기부대양여 합의각서 체결을 위한 기획재정부의 심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광주의 경우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광주시가 진행 중인 군 공항 이전 사업비 산정 용역은 예비 후보지 선정을 위한 준비에 해당된다. 이는 3단계인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을 앞선 과정이다.

광주 군 공항 이전은 필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입법을 통해 군 공항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는 식으로 진행 중이다.

이런 방식이 선례가 되면 전국 16개 군 공항들도 이전 부지 선정에 앞서 특별법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지원 사업의 범위를 넓혀 국비 지원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어려운 이유다.

홍 시장은 이 같은 우려를 '연계 처리'가 아닌 '동시 처리' 방식으로 극복했다. 이렇게라도 광주를 끌어들이는 건 야당이 TK 통합신공항 특별법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다.

광주의 군 공항 이전 문제가 아직 시기상조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굳이 TK 통합신공항 특별법의 연내 통과를 밀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의 관심이 TK 통합신공항 특별법으로 이어지길 노린 '고육지책'인 셈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두 법률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광주 군 공항 이전과 지역 개발에 대한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 만약 TK 통합신공항 특별법만 통과되고 광주는 무산될 경우 실패의 책임을 여당과 대구경북의 책임으로 미룰 여지도 생긴다.

홍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란대치'(大亂大治)라는 사자성어를 걸었다.

세상이 큰 난리를 겪어야 큰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청나라 옹정제의 통치 전략으로 마오쩌둥이 이를 차용해 문화대혁명을 일으키고 중국을 대혼란으로 끌고 갔다.

TK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에서 홍 시장은 특별법을 내세워 판을 크게 흔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연내 통과라는 숙원만 해결되면 '대치'라는 성과도 낼 수 있다.

대구경북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운명의 시계는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한 정치적 셈법에 매몰돼서도, 부울경의 이익을 위해 딴죽을 걸어서도 안 된다. 이제 정말 민주당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