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13

입력 2022-11-24 14:37:51 수정 2022-11-25 18:51:1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민음사 펴냄

마르셀 프루스트 일러스트. 매일신문 DB
마르셀 프루스트 일러스트. 매일신문 DB

마르셀 프루스트 서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 7편 '되찾은 시간'(12·13권)이 출간됐다.

2013년 1편 '스완네 집 쪽으로'가 처음 출간된 이래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3편 '게르망트 쪽', 4편 '소돔과 고모라', 5편 '갇힌 여인', 6편 '사라진 알베르틴'에 이어 10년 만에 완역됐다.

총 7편의 연작 소설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분량을 모두 합하면 수천 쪽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작가의 내적 고향은 동일하며, 따라서 작가는 엄밀한 의미에서 한 권의 책밖에 쓰지 못한다"고 외치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고 또 썼다.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꼽히며 엘리엇, 베케트, 보부아르 등 거장과 비평가, 철학자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 책은 '나'라는 화자의 성장과 세심한 시선, 집요한 기억에 따라 한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극한의 사유를 오롯이 담아낸다.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밝혀진 삶,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체험하는 유일한 삶은 바로 문학이다"라는 프루스트의 말처럼, 책 속에는 유년기의 추억, 사랑과 정념, 질투와 욕망, 상실과 죽음을 비롯해 예술, 문화, 정치, 사회, 역사 등 그야말로 삶의 총체적인 모습들이 살아 움직인다.

7편 '되찾은 시간'은 화자가 질베르트의 초대를 받아 콩브레 인근 탕송빌성에 체류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공쿠르의 미발표 일기를 읽으며 실망을 금치 못한 그는 삶과 문학에 대한 깊은 회의와 우울에 빠지고, 요양원에서 투병 생활을 이어간다.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목격하고 다양한 삶의 경험을 겪은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문학 작품의 모든 소재는 내 지나간 삶'이라는 인식에 도달하며 긴 여정을 마감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놓고 옮긴이 김희영 한국외대 명예교수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모두 프루스트 연구로 받는 등 국내 최초 '프루스트 전공자'인 그는 10년간 번역에 모든 정열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특히 이번 책은 198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된 판본(1954년판)과 달리, 1987년 출간된 프랑스 플레이아드 전집 판본을 새로운 저본으로 삼았다.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프루스트 연구자들의 주석 작업, 영미권과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의 판본들을 비교한 그야말로 프루스트의 정본(定本)이라 할 만하다.

김희영 교수는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금만 시끄러워도 집중이 안돼서 자정에 일어나 매일 6~8시간씩 작업했다"며 "책을 번역하며 프루스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 지난 10년이 행복했다"고 했다.

또한 "길고 난해한 프루스트의 문장을 최대한 존중해 텍스트의 미세한 떨림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독자의 이해와 작품의 올바른 수용을 위해 최대한 많은 주석 작업으로 문화적, 예술적 차이를 극복하려 했다"는 말을 남겼다.

12권 312쪽, 1만5천원. 13권 392쪽,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