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최저임금 인상 비판한 책 추천하며 "실패 평가 아쉽다"

입력 2022-11-22 09:59:00 수정 2022-11-22 15:57:38

2015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하성 고려대학교 교수. 이후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맡은 두 사람은
2015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하성 고려대학교 교수. 이후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맡은 두 사람은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로 거론된다. 오른쪽은 최병천 저 '좋은 불평등' 책 표지.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SNS로 추천한 책이 연달아 베스트셀러가 되며 국내 톱 '책 인플루언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2일 새 책 추천을 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저 '좋은 불평등'(메디치미디어)이다. 2개월 여 전인 9월 1일 출간된 책이다.

그런데 기존 책 추천 글들과 달리, 자신이 재임 중 펼친 정책을 비판한 책 내용을 두고 반박하는 뉘앙스도 보여 시선을 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3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동안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읽다가 덮은 책을 다시 펼 마음이 나지 않았다"면서 "'좋은 불평등'은 불평등에 관한 통념에 도전하는 책"이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주장이 새롭고 신선하고 흥미 있다"며 "진보진영의 경제정책 담론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깊이 공감한다. 비판경제학이 주류의 경제학으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관한 논의가 보다 깊어지고 활발해지기를 바라면서 책을 추천한다"고 추천의 말을 덧붙였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바라본 대한민국 사회의 실제 불평등 상황을 언급하면서, 책이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책 '추천' 글에 '비판'을 곁들였다.

그는 "비판하자면,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책이 다루는 것보다 훨씬 구조적이며 세습적이기도 하다"면서 "이 책은 불평등의 바다에서 수면의 물결만 다루었을 뿐, 수면 아래 저변까지 보지 못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특히 불평등을 세습시키고 고착시키는 자산소득 등 자산의 요인을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은 분명한 한계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대통령 임기 중 실행한 최저임금 인상을 책에서 비판한 걸 가리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단기간의 충격을 감수하면서 장기적인 효과를 도모한 정책이었다. 그런데 예상 범위 안에 있었던 2018년 고용시장 충격을 들어 실패 또는 실수라고 단정한 것은 정책 평가로서는 매우 아쉽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 초기부터 일명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 기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이를 이끈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책 목차를 살펴보면 '4부 진보의 불평등 기획은 왜 실패했는가'의 '9장 2018년 소득주도성장론의 정책 실험: 취지, 집행, 결과?' '10장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불평등 확대로 귀결된 이유?' 등이 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저자 최병천 소장은 마침 이날 오전 나온 조선비즈 '[인터뷰] "소주성, 선했지만 실패해"…진보 인사의 냉정한 '고백'' 기사를 통해 소주성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진 페이스북 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언젠가 장기적인 통계자료를 가지고 긴 안목의 정책 평가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재평가'에 대한 바람을 덧붙였다.

최병천 소장은 故(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정책보좌관,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