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대교 '교량+해저터널' 軍·포스코 사실상 반대 않아

입력 2022-11-20 17:51:47 수정 2022-11-20 21:31:00

국토부 노선 비교안 입수
1안 피폭시 군함 우회 불가능…바다 우회 2안 육지서 떨어져
포철 경계 따라 터널 판 3∼4안 포스코 안전 문제로 원치 않아
1안과 노선 같고 방식 다른 5안 軍에 지장 없고 지자체도 선호

국토교통부가 포항 영일만대교 노선을 비교·검토한 자료를 단독 입수한 결과 북구 흥해읍~남구 동해면을 해상교량과 해저터널로 잇는 5안 채택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북도·포항시 요구한 1안은 사실상 무산

당초 경북도와 포항시는 북구 흥해읍~남구 동해면 전구간 해상교량 노선인 1안을 요구했다. 포항신항을 기준으로 북쪽에 940m, 남쪽에 1천450m 길이의 사장교 2개소 설치를 골자로 한다. 약 2조원의 사업비가 예상돼 경제성이 가장 양호하고 국가적 랜드마크로서 상징성까지 갖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국방부가 남쪽 사장교 피폭 시 군함 우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2안이 검토됐다.

2안은 국방부 의견을 반영해 노선을 바다 쪽으로 우회했다. 이에 따라 사장교 2개소도 모두 1천990m로 길이가 늘었고 예상 사업비는 2조9천억원으로 상승했다. 다만 육지에서 멀리 떨어지다 보니 사장교 경관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북쪽 사장교까지 이격거리가 무려 4.3㎞에 달한다는 예상이 나온 것이다.

아울러 실제 사장교 피폭 시 우회가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공인기관을 통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또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또 포항지방수산청 관할 주항로도 일부 간섭해 폭원을 축소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토부, '해상교량+육지터널' 검토했으나 포스코 복병 만나

이에 국토부는 군부대 간섭 문제를 원천 해결하기 위해 흥해읍~포항제철소~남포항IC를 잇는 3~4안을 검토했다. 흥해읍~포항제철소 구간은 해상교량으로, 포항제철소~남포항IC 구간은 육상터널 또는 해저터널로 건설하는 방안이다. 이는 기존 1~2안의 국도 31호선 접속이 아닌 울산~포항 고속도로 접속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영일만 남쪽을 노선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3안은 남포항IC에서 포항제철소 서쪽 경계를 따라 8천820m 길이의 장대터널 1개소를 뚫고 인공섬을 통해 나와 흥해읍까지 940m 길이의 사장교 1개소를 포함한 교량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사업비는 2조4천억원으로 예상돼 경제성은 보통으로 평가됐다. 군부대 간섭 문제가 전혀 없고 영일대 해수욕장과 사장교간 이격거리가 2.8㎞로 계산돼 경관성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4안은 남포항IC에서 포항제철소 동쪽 경계를 따라 4천340m 길이의 쉴드터널 1개소를 뚫고 마찬가지 인공섬을 통해 흥해읍으로 가는 사장교 1개소(940m)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군부대 간섭 문제가 없지만 예상 사업비는 3조4천억원으로 경제성이 가장 나빴다. 영일만 해수욕장 기준 사장교까지 이격거리는 3.5㎞로 경관성 측면에선 보통의 평가를 받았다.

경북도와 포항시도 1~2안을 마냥 고집하다가 내년에 첫 삽을 못 뜰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최근 3~4안 수용쪽으로 한 발 물러섰다.

◆포스코 3~4안에 우려…남은 건 5안뿐

하지만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포항남울릉)은 국토부가 3~4안을 검토하면서 정작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전혀 협의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김 의원은 제철소 안전문제와 관련해 국토부와 포스코의 협의를 주문했고, 포스코 측은 터널 심도 문제와 진동 피해 우려 등을 이유로 우려의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즉 포항제철소 서·동쪽 경계를 따라 터널을 파는 3~4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국방부와 포스코 모두 반대하지 않는 5안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았다. 5안은 1안과 동일한 노선이지만 흥해읍~포항신항 동쪽 인공섬 구간은 영일만대교로, 인공섬~동해면 구간은 영일만터널로 건설하는 방식이다. 사장교 1개소는 940m, 쉴드터널 1개소는 4천600m 길이다.

'해상교량+해저터널' 방식이라는 점에서 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와 유사하다. 다만 거가대교 터널 구간은 침매터널 공법을 택한 반면 영일만터널은 쉴드터널 공법으로 추진된다.

5안의 예상 사업비는 3조2천억원으로 경제성 면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경제성 '보통' 판정을 받은 3안이 터널 심도를 낮게 잡아 예상 사업비를 과소 추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안의 경제성은 보다 높게 평가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군부대 간섭 문제도 전혀 없고 지자체에서도 선호가 예상된다.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사장교까지 이격거리는 3.5㎞로 경관성 면에서 '보통' 평가를 받는다.

경북도는 최근 국토부에 가장 빨리 추진될 수 있는 안으로 노선을 최종 채택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1~2안은 국방부, 3~4안은 포스코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영일만대교는 5안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포항남울릉)은 "영일만대교는 포항과 동해안 권역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이 사업은 올해 반드시 확정되어야만 한다. 국토부, 국방부, 기재부가 포항과 경북의 요청에 응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