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탄소중립추진단장 박춘욱 교수
국가나 도시의 혁신 성장에는 늘 새로운 기술의 출현이 있었다. 신기술을 쉽게 수용하고 발전시킨 국가나 도시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미래를 이끌었다. 역사를 보더라도 그렇다.
19세기 영국은 증기기관과 방직기의 개발로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했다.
20세기 초까지 실리콘 밸리는 포도주가 유명했던 농업지역이었으나,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윌리엄 쇼클리가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한 후 반도체 중심지가 되어 인재와 자본, 기술이 유입되는 창업의 메카가 되었다.
국가나 자치단체의 혁신 성장 전략은 신기술 산업 혁신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민선 지방자치단체가 시작되면서 지자체마다 전략적으로 신기술 산업의 중점 육성을 강조한다. 대구시에서도 미래 모빌리티, 반도체, 로봇, 의료헬스, ABB(AI·블록체인·빅데이터) 산업 등 미래 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 산업의 원활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 기반 기업을 중심으로 신기술 생태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의 신기술 생태 환경은 태생적으로 척박하다. 초기 단계의 신기술은 열 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미숙아와 같다. 지역 업체에서 오랜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서 신기술을 개발한다 해도 대체되어지는 현존 기술의 막강한 카르텔과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막연한 부정적 인식과 부딪쳐야 한다. 그래서 지역에서 어렵게 개발된 우수한 신기술도 초기 시장 진입에 실패해 쉽게 사장되거나 대기업에 기술이 편입되기도 한다.
지역의 신기술이 어려움과 저항을 이기고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는 근원적인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업, 대학이 연계한 최적의 협력 플랫폼이 필요하다.
2019년부터 대구시에서는 자치단체 최초로 신기술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정부 부처별로 각각 인증 관리되는 신기술과 특허 공법을 한곳에 모아 손쉽게 등록·검색·활용이 가능한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또한 분야별 전문가 그룹 모집, 신기술 개발 촉진과 초기 시장 지원을 위해 지역 기업에 테스트베드 제공, 신기술을 활용한 담당자 인센티브 및 면책 특권 부여 등 신기술 생태 환경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신기술 생태 환경 혁신을 위해서는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지역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유기적이고 단일화된 플랫폼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우리 지역에 필요한 신기술을 스스로 발굴하고 신기술이 씨앗일 때부터 인큐베이팅될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과 지자체 간 기술, 인적 자원, 인프라가 공유되고 협력할 수 있는 확고한 통합 신기술 인큐베이팅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한다.
기업은 신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대학의 기술 자문을 쉽게 받을 수 있고, 지자체는 신기술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며, 대학은 성능 검증 및 개선 사항을 피드백한다. 개발된 기술은 지자체의 초기 구매로 경쟁력을 확보한다. 기업은 신기술 현장 지식을 대학에서 강의하고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신기술 기업에 취업한다. 통합 신기술 인큐베이팅 플랫폼을 통해 기술과 인재와 인프라의 신기술 선순환 생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대구의 혁신 역량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고환율, 고금리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불안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대구의 미래를 위해 기업과 대학, 지자체의 협력을 통한 신기술 통합 인큐베이팅 플랫폼 구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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