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그 사회 시민들이 갖춰야 할 표준적 지식을 공급하는 공기(公器)이다. 따라서 그 사회나 국가가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부가 2025년부터 고교생이 배우게 될 새 한국사 교과과정에 '자유 민주주의'를 다시 넣고, 초·중학교 사회 교육과정에 '기업의 자유'와 '자유 경쟁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라는 표현을 명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그러나 이른바 '진보 정권'은 이런 당위를 묵살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만 사용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8년 만든 현행 교육과정 성취 기준에서 모두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성취 기준 해설에 헌법 전문에 있는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표현만 포함시켰을 뿐이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오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민주주의 앞에 민주주의와 배치되는 개념어를 붙이는 왜곡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인민 민주주의' '사회 민주주의'라는 흉측한 변종(變種)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 국호(國號)와 실제 사회 작동 시스템의 괴리는 이를 잘 보여준다.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있지만 그 사회 어디에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본래적 의미의 민주주의가 있는가. 자라나는 세대가 이런 민주주의 오독(誤讀)에 물들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인민'도 '사회'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문재인 정권이 꾸린 연구진의 고교 한국사 교과과정 시안을 '정상화'한 것이다. 1차 시안은 '6·25 남침' 서술이 빠지고 '자유 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를 넣었다. 논란이 일자 연구진은 2차 시안에서 '6·25 남침'을 포함했지만 '민주주의' 표현은 고수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관(史觀)을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주입하려는 지적 폭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시는 이런 불순하고 음험한 시도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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