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與·정부 "공급과잉·재정부담" 우려

입력 2022-11-09 15:47:16 수정 2022-11-09 20:03:27

정부·여당 반발에도 야당 처리 의지 강경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선의라도 농업에 악영향 클 것"
개정안 시행시 2030년 1조4천억원까지 예산 증가 재정 부담 우려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여당 위원들의 항의 속에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여당 위원들의 항의 속에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쌀 일부를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여당과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양곡관리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숙지지 않고 있다.

학계와 연구기관 등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수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연 1조원이 넘는 예산 투입으로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쌀 농가에만 특혜를 주고 국가재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정부와 여당 반대에도 지난달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사실상 단독 처리했다.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하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도 정부가 재량으로 쌀을 매입할 수 있는 임의 조항이 있으나 이를 '강제 조항'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개정안 처리 강행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호남 등 농촌 표심을 의식해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학계와 연구기관 등에서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충분한 정책 분석과 대안 없이 속도전으로 강행 처리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적잖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내년 수확기부터나 적용할 수 있으나 농가 및 쌀 관련 학계와 업계 등과 이렇다 할 논의와 숙려 기간도 없이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무 부처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히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국회 농해수위의 종합감사에서 개정안 관련 질의에 "만일 시행되면 (농가가) 벼 재배를 떠날 수 없게 다리를 잡는 형국이 돼 버린다"며 "아무리 선의라고 하더라도 농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태국 사례를 들면서 "쌀 가격을 50% 올려 수매하겠다고 해서 외국에 쌀 수출이 안 됐고, 재정 적자가 10조 (원) 이상 났다"고 덧붙였다.

실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돼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한다면 2030년에는 쌀이 64만톤(t) 남아돌고, 비용은 1조4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시 초과 생산량이 올해 25만t에서 2026년에는 48만t, 2030년에는 64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매에 드는 예산도 올해 5천559억원에서 2030년 1조4천42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은 "개정안 도입 시 쌀 수급 전망과 향후 재정 변화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