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행안부장관→서울경찰청장…참사 인지 가장 늦었던 경찰 지휘부

입력 2022-11-02 18:33:19 수정 2022-11-02 19:06:34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 연합뉴스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 연합뉴스

지난 29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를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인지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경찰청장 순으로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10월29일 밤 10시 15분에 사고가 발생했고, 38분 뒤인 밤 10시53분 소방청 상황실에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사고 내용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고 상황을 확인한 국정상황실장은 밤 11시 1분 윤석열 대통령께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했고, 이후 대통령은 사고 내용과 사상자 발생 가능성 등을 보고받고 현장 대응 상황을 점검한 뒤 밤 11시21분 첫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부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이 첫 지시는 오후 11시 29분 대변인실로 전달됐고, 오후 11시 36분 언론에 배포됐다.

그러나 경찰을 관할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발생 1시간 4분 뒤인 오후 11시 19분에서야 경찰 직보가 아닌 행안부 내부 알림 문자를 통해 사고 사실을 처음 알게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 따르면 소방당국의 첫 신고 내용이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 종합상황실로 접수된 것은 사고 발생 33분 후인 밤 10시 48분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날 "행안부 중앙재난상황실은 밤 10시 48분 도착한 보고를 정리해 오후 11시 19분 이상민 장관을 포함한 행안부 내 재난안전 관리 담당자들에게 문자로 발송했다"며 "그 전에 장관에게 별도의 구두 보고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사이 현장에서 경찰 지휘부로 향하는 보고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지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2분 뒤인 밤 10시 17분에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했고, 사건 발생 1시간19분 뒤 밤 11시 34분에 처음으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 보고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후 2분 뒤인 밤 11시 36분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김 청장이 이 서장을 통해 이태원 사고를 인지한 것은 사고 발생 1시간 21분만이었다.

경찰청은 이튿날인 30일 오전 12시 2분이 돼서야 서울청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치안 상황 보고를 받았다.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이 시점을 전후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종합하면 이 장관은 상관인 윤 대통령보다 18분이나 늦게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했으며, 서울경찰청장 역시 상관인 이 장관보다 16분 뒤에서야 사고를 처음 알았다.

경찰 수뇌부의 사건 인지가 이처럼 늦어지면서 경찰청의 대통령실 보고도 당연히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은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사건 다음날인) 30일 오전 12시 5분 경찰청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고 발생 후 1시간 50분 만으로, 경찰청 보고가 소방청 보고(29일 밤 10시 53분)보다 약 1시간 12분 늦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이미 2차 지시까지 내린 뒤였다.

경찰청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이 아닌 국가안보실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로 사고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