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추모객 행렬…'참혹한 현장 사진·영상'으로 상당수 트라우마 호소

입력 2022-11-01 17:23:21

이틀째 추모행렬 이어지는 대구 합동분향소
희생자들 힘겨워하는 모습 잔상으로 남아…못 지켜줘서 죄짓는 느낌
"트라우마 호소하는 사람들 선별적으로 지원 필요"

1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합동분향소. 24시간 운영 중인 분향소에는 이날도 추모객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임재환 기자
1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합동분향소. 24시간 운영 중인 분향소에는 이날도 추모객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임재환 기자

대구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지 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추모객 상당수가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각종 매스컴에 떠도는 참혹한 영상과 사진의 잔상이 남는 등 정신적 피해가 극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오전 9시쯤 찾은 달서구 두류공원 내 합동분향소. 전날부터 24시간 운영 중인 분향소에는 이날도 추모객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정장을 입은 추모객들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헌화와 분향했다.

추모객들은 "어린 나이에 너무 빨리 별이 됐다"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면서도 사흘이 넘도록 이어진 이태원 참사 소식에 지친 모습이었다. 특히 희생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면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자녀와 함께 분향소 앞을 지나던 이정수(40) 씨는 "압사로 사람들이 힘겨워하는 영상을 의도치 않게 모자이크 없이 봤는데, 그 뒤로 잔상이 남아 너무 괴롭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아도 인파들에 깔린 사람들의 표정이 떠오른다"며 "혹여나 아이에게도 트라우마가 생길까 봐 집에서는 티브이도 안 켜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추모객 A(40대) 씨도 "뉴스나 휴대폰을 보더라도 의사와 무관하게 영상물을 맞닥뜨리고 있다"며 "시각적으로만 접하고 있다 보니 참혹한 상황에서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것만 같아 죄스러움이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다"며 힘겹게 말을 이어 나갔다.

이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대부분 20대로 밝혀지면서 비슷한 연령대에서 느끼는 정신적 피해도 상당하다. B(19) 씨는 "어쩌면 친구가 됐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참사를 겪었다고 생각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며 "사고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들이 무분별하게 SNS에 유포되고 있어 영상을 보고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재난 속에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취약계층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승희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감정처리를 못 하는 사람들은 끔찍한 장면을 떠올리면서 재경험한다. 이들에게는 별도의 지원을 하는 게 바람직하고, 심할 경우 전문적인 치료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합동분향소 앞에 정신전문상담사 2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서도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며 "사고 현장이 담긴 영상은 되도록 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