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명재 교수 "이태원 참사 뉴스 보지말라"…트라우마 주의 당부

입력 2022-11-01 11:25:57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 것"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트라우마 스트레스학회 총무위원장인 백명재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를 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관련 소식만으로도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BBS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라우마를 겪었을 때 심리적인 반응은 우울, 불안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더 큰 트라우마에 노출됐을 때 압도된다"며 "압도되는 상황에서는 실제로 사람이 얼어붙는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 분들이라든지 응급의학과 의사 등 실제 트라우마 사건에 많이 노출된 분들도 이번 현장이 워낙 대규모로 발생이 된 매우 끔찍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이 든다"며 "구조하시는 분들이 무슨 잘못이 있었겠나.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느낄 수 있는 미안함, 죄책감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현장에 계시지는 않더라도 동영상을 통해서 목격하신 분들도 상당한 충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언론에 나와서 이런 얘기 드리는 것은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우선 제일 추천드리는 것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모자이크 처리가 되더라도 자극을 받으실 수도 있다. 스스로 자제하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저도 새벽에 뉴스를 보고 잠을 못 이뤘다"며 "뉴스를 틀어놨는데 모자이크는 처리되어 있지만 장면이 반복됐다. 견디기 힘들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분들이라든지 심리적으로 좀 취약한 분들은 이 같은 반응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백 교수는 "현재는 PTSD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확한 용어는 스트레스 반응이다. 정서적으로는 우울하고 불안하고 사고와 관련된 영상의 장면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든지 이러한 반응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신체적인 반응이다. 트라우마 반응은 실제로 몸으로 오는 경우가 더 많다. 어깨나 몸이 어디가 아프다든지 스트레스 반응이 몸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에 몸의 반응들을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