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 것"
한국 트라우마 스트레스학회 총무위원장인 백명재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를 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관련 소식만으로도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BBS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라우마를 겪었을 때 심리적인 반응은 우울, 불안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더 큰 트라우마에 노출됐을 때 압도된다"며 "압도되는 상황에서는 실제로 사람이 얼어붙는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 분들이라든지 응급의학과 의사 등 실제 트라우마 사건에 많이 노출된 분들도 이번 현장이 워낙 대규모로 발생이 된 매우 끔찍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이 든다"며 "구조하시는 분들이 무슨 잘못이 있었겠나.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느낄 수 있는 미안함, 죄책감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현장에 계시지는 않더라도 동영상을 통해서 목격하신 분들도 상당한 충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언론에 나와서 이런 얘기 드리는 것은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우선 제일 추천드리는 것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모자이크 처리가 되더라도 자극을 받으실 수도 있다. 스스로 자제하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저도 새벽에 뉴스를 보고 잠을 못 이뤘다"며 "뉴스를 틀어놨는데 모자이크는 처리되어 있지만 장면이 반복됐다. 견디기 힘들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분들이라든지 심리적으로 좀 취약한 분들은 이 같은 반응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백 교수는 "현재는 PTSD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확한 용어는 스트레스 반응이다. 정서적으로는 우울하고 불안하고 사고와 관련된 영상의 장면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든지 이러한 반응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신체적인 반응이다. 트라우마 반응은 실제로 몸으로 오는 경우가 더 많다. 어깨나 몸이 어디가 아프다든지 스트레스 반응이 몸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에 몸의 반응들을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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