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세요, 내려가는 분 먼저" 이태원 참사 수시간 전 위기 구한 여성 있었다

입력 2022-10-31 13:16:42 수정 2022-10-31 19:12:11

틱톡 영상
'빨간 원' 안이 여성의 손. 틱톡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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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전 저녁 시간대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한 여성이 현장을 진두지휘하면서 '골목 지정체'를 해소, 위기에서 벗어났던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이날 SNS 틱톡에 공유되고 있는 '한 여성분 덕분에 집 갔어요. 감사해요'라는 자막이 달린 영상이 그 증거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 영상은 29일 오후 7~8시쯤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날 오후 10시 15분쯤부터 해밀톤 호텔 인근에 사람이 깔려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 수십건이 접수되기 시작한 상황 발생 두어시간 전으로 추정된다.

영상을 보면 당시에도 시민들은 좁은 골목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갇혀 있었다. 이에 자칫 한쪽에서 더 큰 힘이 가해질 경우 대규모 압사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

내리막으로 된 이 골목 위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가려는 사람들과 골목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뒤섞이다 결국 아예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

▶그런데 이때 골목 위쪽에 있던 한 여성이 큰 목소리로 "앞으로 전달해주세요. 여기 뒤에 꽉 막혀 있으니까 못 올라온다고"라고 외쳤다. 이어 손짓도 더해 "올라오실 분은 대기하시고, 내려가실 분은 모두 이동해요. 앞으로 전달해주세요"라며 한쪽 방향으로만 통행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 "좋아요" "네" 등으로 대답하며 호응한 시민들은 "내려가! 내려가!"라고 외쳤고, 이어 골목의 지정체가 다소 해소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영상에는 "오오. 내려가지는데"라는 한 남성의 목소리도 담겼다.

이 여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기다리세요, 올라오실 분은"이라며 "내려가는 분이 먼저예요"라고 말했고, 이후 골목 아래의 지정체도 꽤 해소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후 시간이 지나 좁은 골목은 다시 인파가 집중됐고, 결국 154명이 사망하고 149명이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면서 현장에 경찰 등 안전요원이 몇 명이라도 배치됐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등 취지의 언급도 네티즌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 매일신문은 이번 참사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