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10만 인파 예상하고도 사전 대책 없었다

입력 2022-10-30 18:43:01 수정 2022-10-30 20:44:06

행사 주최자 없이 진행...관할 용산구청 질서 확보 어려움
경찰력 200여명 사전 배치...마약‧불법촬영 등 단속 집중
이상민 “경찰‧소방 인력 미리 배치해 해결될 문제 아냐”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등이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등이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행정당국의 사전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인데다 3년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핼러윈을 맞아 대거 젊은 층이 몰릴 것이란 예상에도 불구하고, 시청이나 구청에서 별다른 사전책을 마련하지 않은데다 현장 관리에 제대로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번 핼러윈에 대한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핼러윈에 대비해 따로 특별대책을 마련하거나 상황실을 운영하지는 않았고 자치구(용산구)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27일 핼러윈데이에 대비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방역·소독과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 등을 논의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고 당일 용산구청 직원 일부도 현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핼러윈데이에 1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200명의 경찰력을 배치했다. 그러나 경찰은 질서 확보보다는 마약 범죄와 불법 촬영 등 성범죄를 집중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현장을 찾아 압사 사고 관련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핼러윈 파티 등으로 인파가 몰리더라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일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경찰력을 투입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장 방문객들은 당일 도로의 교통통제가 부분적으로 이뤄진데다, 이번 핼러윈 데이는 주최자가 없는 특성상 통제가 느슨해 좁은 골목 등에선 인원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현장에 있던 이들에 따르면 초저녁부터 많은 인파에 통행이 어려워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열렸던 이태원 지구촌축제엔 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서울시 등 지자체와 주최 측이 도로 통제와 질서 유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열렸던 여의도 불꽃축제에서도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행사가 재개되면서 대규모 인원이 몰렸지만 서울시와 주최 측의 통제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