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우농가…소값은 '뚝↓' 사육두수 '역대 최다'

입력 2022-10-26 15:52:15 수정 2022-10-26 21:26:57

한우 사육 역대 최고인 345만 마리 전망
사육→도축 증가로 소값 하락
반면 사료·건초 등 가격 상승으로 농가 곡소리
소비자 가격은 역시 오름세…소비 위축 ‘악순환’

전국 한우 농가는 최근 사룟값 상승과 한우 가격 하락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은 안동의 한 한우농가의 모습. 독자 제공
전국 한우 농가는 최근 사룟값 상승과 한우 가격 하락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은 안동의 한 한우농가의 모습. 독자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재료 상승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사룟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지만 사육 소 마리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해 한우 농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곤두박질할 우려 때문이다.

2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한우 사육 마릿수는 2015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 해 올해 말 354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가임 암소 증가에 따른 송아지 생산 확대가 한우 사육 마릿수 증가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도축 마릿수 또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우 가격을 끌어내려 암송아지 7월 산지 가격은 290만원으로 전년 대비 25.1%, 평년 대비 12.3% 하락했다. 평년 가격은 330만원, 지난해는 387만원 수준이었다.

상황은 더 심각해 현지에서는 이달 현재 암송아지 가격이 이보다 더 떨어져 240만~2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전국한우협회 안동시지부에 따르면 한우 암송아지 생산 기본 비용은 250만원 정도로 최근 이 가격마저 무너져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소고기 수입량 증가도 한우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7월 소고기 수입량은 7월 기준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한우 가격은 내려가는 데 비해 사육비는 고공행진으로 한우 농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부분 수입 원료에 의존하는 비육우 배합사료 가격은 전년 대비 14.2% 상승했다. 배합사료의 생산이 전년 동기간 대비 4.7%나 증가했음에도 원재료의 가격 상승 여파가 사료 가격의 고삐를 잡지는 못했다.

축산계 전문가들은 중장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송아지 입식 자제와 저능력 암소 선제적 도태 등을 권고하지만 농가마다 처지가 달라 쉽지 않다. 대부분 농가는 사료 회사나 농협 등에 대출이 물려 있고 이자를 내려면 생산량을 줄일 수 없다.

김민성 전국한우협회 안동시지부 사무국장은 "한우를 생산해도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최근 우사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하거나 더 심화하면 폐업하는 농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육 농가의 사정과 달리 소고기 소비자 물가는 연일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0월 한우 안심은 100g당 1만6천221원으로 평년 1만5천174원 대비 6.89% 증가했다. 등심도 1만3천158원에 거래되면서 평년 1만2천245원 대비 7.45%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우 소비자 가격 오름세는 시장 가격 샹향으로 이어져 한우를 판매하는 식당이나 소매점 등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10~30% 높여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안긴다.

주부 김모(39·안동) 씨는 "(산지)소 가격이 내려갔다고 하지만 식당이나 마트에서 구매하는 소고기 값은 여전히 비싸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