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1·2권(샬롯 브론테/ 유종호 옮김/ 민음사/ 2004)
세상에 사랑 이야기만큼 솔깃한 게 있을까. 똑같은 사랑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기에 모든 예술의 으뜸 재료로 쓰이지만, 독자는 질리지 않는다. 이 소설 또한 그렇다. 작가 샬롯 브론테가 살던 19세기 전후의 영국 사회는 남성과 여성의 성차별이 심했던 사회였다. 여성들이 창작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월권으로 인식되던 1847년 작가는 '제인 에어'를 발표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커러 벨'이라는 남성적인 필명으로 발표한다. 발표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다. 뒤에 알고 보니 여성 작가였다는 사실은 당대에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음이 분명하다.
여주인공인 제인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외삼촌 집에서 자라게 된다. 외숙모와 사촌의 온갖 구박을 받게 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약제사의 제안으로 제인은 기숙사가 있는 '로우드'라는 자선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엄격한 기독교적인 규율과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헬렌을 사귀었고, 어머니처럼 보살펴주는 템플 선생님의 배려가 있었기에 제인은 열심히 공부해 수석을 차지하며 교사로 올라간다.
하지만 친구 헬렌이 폐질환으로 사망하게 되고 템플 선생님마저 결혼으로 퇴임을 하는 바람에 제인은 더 이상 학교에 남아있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이제 어엿한 숙녀로 자란 제인은 신문 광고를 통해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취업하게 된다.
저택의 양녀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 제인은 성실한 자세로 저택의 모든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다. 제인이 손필드 저택의 주인이자 자기의 고용주인 로체스터를 만난 후 서로 호감을 느끼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서사는 급물살을 타며 박동감이 더해진다. 제인은 연약한 듯 보이지만 당차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다든가 세상 경험이 많으시다는 것만 가지고는 제게 명령할 권리가 없으시다고 생각해요. 우위를 주장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사용하였는가에 달려 있다고 봐요."(1권 243쪽)
1840년대 영국 사회의 획기적인 여성상을 창조한 작가의 수려한 문학적 재능과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당시 독학으로 문학을 일궈낸 한 여성이 최초로 창조해낸 소설이다. 이런 여주인공의 설정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문제작으로 대두된다. 금서로까지 지정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독보적인 작품으로 영문학사에서는 17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찾아 이겨내고 선택하는 과정이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널리 읽히는 이유가 아닐까.
김정숙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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