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저는 다 건다, 김의겸 의원님 뭐 거실 건가?"

입력 2022-10-24 17:18:24 수정 2022-10-26 16:08:53

'한동훈·尹·김앤장 술자리' 의혹 제기에 설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SBS 유튜브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SBS 유튜브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다.

김의겸 의원이 '지난 7월 한동훈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및 김앤장 30여명 변호사들과 서울 청담동 일대에서 밤늦게 술을 마셨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자, 한동훈 장관이 사실 무근이라며 이같은 의혹 제기를 두고 과거 김의겸 의원이 자신에게 '직을 걸라'는 취지로 공격한 것을 감안한듯 "이번엔 저랑 한번 거는 거 어떠신가?"라고 역공한 것.

▶이날 김의겸 의원은 한 제보를 받았다며 한동훈 장관에 대한 질의를 시작했다.

김의겸 의원이 "지난 7월 19일 밤 한동훈 장관은 술자리를 가진 기억이 있는가"라는 등 '스무고개'식 질의를 진행할 태세를 보이자 한동훈 장관은 질의 내용을 대체로 짐작한듯 "의원님은 계속 제게 허황된 거짓말만 하고서는 끝난 뒤 사과도 안 하시지 않나"면서 "질문 계속 해 보시라"고 맞섰다.

이에 김의겸 의원은 '시민언론 더탐사' 기자와 익명의 제보자 간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 녹취에서는 지난 7월 20일(19일 밤부터 이어진 새벽) '갤러리아 인근'(서울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 인근 청담동 일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에서 한동훈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30여명 김앤장 변호사들, 그리고 녹취에 등장한 이세창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등이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세창 전 총재의 녹취도 있었고, 이에 더해 음성 변조가 이뤄진 한 익명 여성의 녹취에서는 "청담동 바를 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왔기 때문에)태극기, 경호원도 있었다" "술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동백아가씨'를 부르겠다고 했다" 등의 내용이 전해졌다.

▶이같은 녹음 파일 재생이 끝난 후 한동훈 장관은 김의겸 의원에게 "의원님 저한테 (과거)이재정 (더불어민주당)의원 악수 사건 관련 사안도 거짓말하신 다음에 다 들통이 났는데 사과도 안 하셨지 않은가? 그 전에는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건의 조국 수사와 관련해서도 누가 의원님께 사과했다고 거짓말을 하셨다가(들통이 나자) 또 사과하셨지 않은가?"라고 따지면서 "의원님, 저보고 전에 걸라고 하셨지 않는가? 이번엔 저랑 한 번 거는 거 어떠신가?"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한동훈 장관은 "제가 저 자리 혹은 비슷한 자리에 있었거나 근방 1㎞ 안에 있었다면, 저는 구체적으로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어떤 직이든 다 걸겠다"며 "스토킹 하는 사람들(더탐사 측을 가리키는 맥락)과 야합해서 이런 식으로 국무위원을 모욕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동훈 장관은 "더탐사가 저한테 스토킹 붙어서 이 내용 물어보던데"라고 앞서 김의겸 의원의 질의 내용을 짐작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던 연유도 은연중 드러내면서 "그 스토킹 배후가 김의겸 의원님이시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앞서 한동훈 장관은 야간 퇴근길에 지속적으로 미행을 당했다며 30대 남성을 스토킹 혐의로 신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후 이 남성은 더탐사 관련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발언에서 한동훈 장관은 "의원님 저 술 못 마시는 건 아시는가?"라고도 물으며 "회식 자리도 안 가고 검사 시절에 강한 사람들이랑 척을 졌다. 꼬투리 잡히기 싫어서 안 가는 제가 노래를 부르고, (새벽)3시 넘어서 동백아가씨를 불렀다는 말씀이시냐"고 따졌다.

한동훈 장관은 김의겸 의원의 질의 종료 후 이어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추가 질의 과정에서 "의원님, 저는 그런 술자리에 가면서 살지 않았다. 이세창 총재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번호도 없다"며 재차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이날 언급된 양자 간 '직(職) 걸기'가 실제로 구현된다면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냐 거짓이냐 여부를 조건으로 한동훈 장관은 장관직을 걸고, 김의겸 의원은 의원직을 걸게 되는 셈인데, 이때 한동훈 장관이 직을 잃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동훈 장관은 무직 내지는 변호사 신분이 된다. 한동훈 장관은 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7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법조인으로, 즉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김의겸 의원이 직을 잃는 상황에서는, 그가 비례대표인 까닭에 다음 순번이 해당 의원직을 물려받게 된다.

김의겸 의원은 앞서 같은 열린민주당 출신 김진애 전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2021년 3월 24일 사퇴하면서, 바로 다음날인 3월 25일 의원직을 승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