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내 일부 구청 앞에서 재개발 보상 등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생존권 보장 등을 명목으로 장기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길게는 2년 이상 끌어온 시위에 지친 관할 구청이 급기야 시위를 중지시켜 달라며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고 한다. 기본적인 공중 질서 준수임에도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현실이 기막히다. 문제는 인근 다른 구청 앞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서구청 앞에서는 재개발 보상 항의 시위 장기화로 인근 학교 학생들과 주민들이 소음에 노출됐다. 철거민 일부가 장송곡을 오랜 기간 틀어둔 탓이다. 주민 불편이 쇄도하자 한동안 음량을 낮추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소음이 사라지진 않는다. 중구청 앞에서도 철거민 일부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보상가 조율에 구청이 나서라는 요구다. 국채보상로에 접한 중구청 앞 한 개 차로를 막는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의 마지막 저항 수단이라는 항변이 등장한다. 8월부터는 남구청 앞에서도 시위가 시작됐다.
합법적 집회라는 주장 이전에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은 권리도 엄연히 존재한다. 특히 서구청 앞 시위는 코로나19 방역에도 영향을 끼쳤다. 인근 학교에서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했지만 소음 탓에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주민 불편도 쇄도했다. 그럼에도 기존 시위 방식을 고수한 건 소음 관련 처벌 규정이 약하다는 걸 악용한 것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최근 6년간 형이 확정된 소음 기준 위반 사건 19건 중 14건이 20만~50만 원의 벌금형에 그쳤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법치주의 국가의 시스템이다. 그러나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게 용납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소음 피해를 끼쳐도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는 신념이 상식으로 통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틀어둔 장송곡을 듣고 배울 아이들에게 이걸 규칙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약자의 목소리에 낮은 자세로 임하라고 주문하기도, 이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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