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매입 보류 풀만 무성…연경·율하지구 등 피해 속출
LH "동의 없이 되팔지도 못해"…"미관만 저해된다"며 주민들 불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한 신규 주택단지에 학교 용지를 요구했던 대구시교육청이 막상 입주 시점이 다가오자 부지 매입을 보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예상보다 적은 학생 수로 학교 설립이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용지를 방치한 데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찾은 대구 북구 연경지구 한 부지는 나대지로 텅 빈 모습이었다. 곳곳에 성인 키높이만큼 자란 풀들은 장기간 방치되어 왔다는 점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주민 이모(60대) 씨는 "옛날부터 고등학교가 들어온다는 말은 무성했는데 현재는 쓰레기만 나뒹굴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방치된 곳은 대구시교육청이 고등학교 부지로 매입하기로 했다가 보류한 곳이다. 이 곳이 장기간 방치된 배경은 연경지구 조성 계획을 논의하던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H에 따르면 당시 시교육청은 '초등학교 2개와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1개씩 4개의 학교 용지를 확보해달라'고 요구했다. LH는 이를 반영해 이듬해 6월 토지 용도를 확정하는 실시계획승인을 거쳐 2014년 착공에 들어갔다.
문제는 시교육청이 초‧중학교 용지 3곳만 사들이고 고등학교 용지는 매입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2018년 말 학교 용지들이 준공됐지만 매입이 보류되면서 4년 동안 방치됐다.
LH 관계자는 "면적이 1만4천900여㎡에 달해 재산세 부담이 크고 쓰레기와 미관 저해도 심각하다"며 "매입 시기를 물어봐도 계속 미정이라고만 회신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동의하지 않아 용지를 다시 팔 수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교육청이 학교 부지를 장시간 방치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에 조성된 동구 율하지구의 초‧중학교 2개 용지도 수년간 보류하다 매입을 포기했다. 초등학교는 지난해에, 중학교는 2017년에 각각 지정 해제됐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연경지구에 학생들이 많았다면 고등학교를 설립했겠지만 현재로선 설립 수요가 부족하다. 타 지역 학교가 이전할 수도 있어 해제하지 않고 있다"며 "율하지구는 초‧중학교 설립 계획이 없다는 게 확정되면서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LH 입장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10년 뒤의 학생 수를 정확하게 예측해 학교 용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없어진 학교 용지는 다시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교육청의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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