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중장비 부품 국산화해 세게 첨단산업 강자로
완벽한 제품만 공급…원초적 불량원인 제거해야 경쟁력 생겨
영리는 사회공헌으로 환원…수천만 명 먹여살리는 기업인 많이 배출돼야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 한다'를 가치로 지난 1993년 출범한 코멕스전자는 창업 30년을 앞두고 강하고 탄탄한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동안 수입에 전량 의존해오던 산업용 중장비 부품을 국산화해 세계 첨단산업 분야의 강자로 떠올랐다. 국내 부품산업의 기술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율기 대표. 경북 청도 출신인 그는 R&D(연구개발)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신력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전투 중에 감기 걸리는 군인 봤느냐"며 '퍼뜩'이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꺼냈다. '냄비 근성'이나 '빨리 빨리'가 부정적으로 쓰여 왔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란 역설(逆說)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 도발 사태 등으로 한국 경제가 어렵다. 산업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이제 우리나라에서 제조업 하기란 쉽지 않다. 제조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생산 관리를 위한 핵심지표로 QCD라는 게 있다. Quality(품질), Cost(가격), Delivery(납기)의 약자다. 여기에 Name Value(네임 밸류)가 있어야 하는 데 그런 제조업체가 몇 곳이나 되겠나. 최근에는 달러 강세와 인건비 문제로 비용 맞추기가 벅차다. 최저임금제 등으로 힘들어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자동화와 남들 못하는 나만의 기능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언급한대로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멕스만의 타개책이 있다면?
▶인간 중심의 경영을 해왔습니다. 꼭 돈을 벌어야겠다 라기 보다 일이 즐겁고, 탄탄한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또 욕심을 내지 않고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부채도 없다. 그러다 보니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때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외려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려 달라.
▶완벽한 제품만을 고객에게 공급 하고, 원초적인 불량원인을 제거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독자적인 생산방식과 품질향상기법을 적용해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부응했고, 신뢰성 있는 업체로 발전했다고 자부한다. 지금도 국내외 많은 부품업체들이 우리 회사를 방문해 부품 공급을 타진하고, 제품 개발을 의뢰한다. 기술력과 품질이 뛰어나면 고객이 찾는 법이다. 굳이 비법이라면 R&D가 아닐까.
실제로 이 대표는 지독한 일벌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R&D벌레가 맞겠다. 그는 매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본사에서 연구개발에 집중한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오후 8시가 되면 사우나를 마친 그가 어두운 사무실의 불을 켠다. 그리고 새벽 2시까지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세계 최초의 굴착기 엔진 컨트롤 모터 등이 탄생했다. 2009년까지 일본에만 의존하던 굴착기 국산화로 지금까지 약 3천억원의 수입대체에 기여했으며 유럽, 중국 등지에 연간 1천만 달러 가까이 수출하고 있다. 도청 안 되는 무전기 개발도 그의 작품이다. 이 대표는 연구개발이야말로 고등 수학문제 푸는 거하고 똑 같다고 토로했다.
-삶과 경영 철학은?
▶기업은 영리에 가치를 둔다. 또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 그렇다면 영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본사 담을 허물고 정원을 만들었다. 하다못해 날아가는 참새 한 마리라도 즐겁고, 지나가는 사람은 힐링이 되지 않겠나. 오래전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방문해 "담이 없어도 되겠느냐"고 걱정해주시더라. 제가 "우리 공장에서 무얼 훔쳐가겠습니까"고 해 함께 웃었다.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뛰고 있다. 건강 비결을 귀띔한다면?
▶규칙적인 생활이다. 남들처럼 출근해 일하다가 퇴근하면 근처 사우나로 간다. 그리고 밤 8시부터 5시간 동안 연구개발에 몰두한다. 한 모임에서 우리나라 가정의학과 창시자인 윤방부 교수님이 건강 노하우로 4S를 추천하더라. 웃음(Smile) 같은 게 무병장수에 좋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내가 5S라며 소주(Soju)를 더하겠다고 했다. 향우들과 어울려 한잔씩 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자 건강 비결이다. 방송 뉴스 같은 건 멀리한다. TV로는 골프 채널과 '나는 자연인이다'만 시청한다. 아, 신문은 본다. 아버지가 '매일신문'을 구독하셔서 어릴 적부터 익숙했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이다.
-대구경북의 미래 세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면.
▶역사는 역사를 쓰는 사람 것이라고 하지 않나. 경상도만의 특이한 기질이 옹골차다는 것이다. 에너지, 기(氣)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전투 중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또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패러다임을 깨야 한다. 이제 뭉쳐서 하는 건 힘든 세상이 됐다. 스티브 잡스, 손정의, 마윈을 보라. 1명이 수천만 명 먹여 살린다. 그런 기업인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 대구경북에서 혁신적인 인물이 많이 나오기 바란다.
-고향에는 자주 가나?
▶1년에 20~30차례 정도. 재경청도군민회장을 맡은 뒤 갈일이 많아 졌다. 지난 9월 군민체육대회 때는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재경향우회원들이 몰려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계획이 있다면?
▶경영은 계속해야하는 거고…'재경청도 70년사' 출간에 땀을 쏟고 있다. 6·25 직후인 지난 1954년 5월 한강 뚝섬에서 청도 출신 재경인들이 첫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객지 설움을 달래고, 고향을 그리며 막걸리 한잔들 하셨겠지요. 벌써 70년이 다 돼간다. 약 650페이지 정도에 청도정신과 읍면별 인명부 등을 담으려 한다. 출판기념회 때 오셔서 축하와 응원을 해 달라.

이율기 대표 누구인가
영남 알프스의 시원(始原)이자 새마을운동 본산인 청도군 매전면이 고향으로 대구 달성고와 건국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재학 4년 동안 현대아산장학금을 받았다. 첫 직장은 대우중공업연구소였고, 우연한 기회에 운명처럼 창업에 이르게 된다. 교수로 옮겨가는 상사와 세계 첫 약국 자동화시스템을 개발해 강남성모병원에 납품했다. 그런데 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돼 결국 전직했고, 코멕스전자 모태인 코리아 메카트로닉스를 창업해 오늘에 왔다.
그의 승부근성과 재치를 보여주는 일화는 하나 둘이 아니다. 신입사원으로 일본에서 연수 받을 때 공작기계 도면을 빼내온 게 대표적이다. 지도교수와 끈끈했던 그는 일본 도시바 측이 반쪽 기술 전수를 하려 하자 '신의 한수'를 생각해내기에 이른다. 복통을 핑계로 현장 연수 대신 강의실에 남았고, 미리 준비했던 일제 카메라로 도면 170장을 촬영해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고향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인천의 청도 출신 모임인 청인회(청도사람 또는 청도인천인)를 고리로 인천에 대학 유학 온 고향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에 입사한 후배들이 찾아올 때 고마움과 보람을 느낀다.
재경청도군민회장으로선 국내 코로나19 첫 발생이라는 오명을 쓴 고향에 단 4일 동안 3천만원을 모금해 전달했다. 당시 병상에 있던 한 출향 노인이 7만6천500원을 보내온 사실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감사를 표시했더니 "고향을 위한 마지막 정성이다. 손자들이 준 용돈 중 남은 것"이라고 해 여전히 기억에 깊이 남아 있다.
소치와 평창에서 성가를 날린 한국동계스포츠 발전의 주역이기도 하다. 2003년 한국초등빙상연맹 회장을 역임하며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같은 세계적 스포츠 스타 배출에 이바지했다. 또 한국컬링협회 회장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지원단장을 맡아 컬링 발전과 성공 개최에 한 몫을 했다.
제52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 제9회 2021 대한민국 베스트브랜드(N0 1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기업경영부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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