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 시대…1년 새 가계 이자 33조 늘어
자영업자·영끌·빚투족 비명…다음 달에도 대출 금리 인상, 14년 만에 8% 치솟을 가능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2개월 동안 연 0.5%에서 3%로 2.5%포인트(p)나 끌어올리면서, 가계대출자 이자 부담이 33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자 부담에 부실 위험에 처한 취약차주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2.5%p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3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4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지난달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시장금리도 올라간다. 그런데 이번에 기준금리가 오르고,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달에도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연말까지 시장의 대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 스텝을 밟는다면 기준금리는 연 3.50%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재 7% 안팎인 대출 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연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2년 전 초저금리 때 무리하게 자산을 사들인 대출자 중에서는 연말이나 내년 초 연 상환액이 50% 넘게 급증하는 예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5%p 올리면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9천억원 늘어난다.
◆금리 인상 기조 내년까지 이어질 듯
문제는 올해 들어 기업 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현재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등 중소기업 대출 포함) 잔액은 694조8천990억원으로, 작년 말(635조8천879억 원)보다 9.3%(59조111억원)나 증가했다.
한국은행도 "기업 신용(빚)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이 나빠지면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 능력이 약해져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상당폭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 유가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당장 해소되기 어렵고, 미국이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 등으로 한국과 금리 격차를 벌리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내 기준금리가 내년 초 3.5∼3.7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는 3∼3.25%로 여전히 한국 기준금리보다 상단이 높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의 정책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했다"면서 "한국은행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