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우리나라의 경우, 공연이 행해지던 곳이 주로 마을 공터나 저잣거리 등이었기에 실내 공연장이 발달하지 못했다. 소실된 일제 강점기의 부민관을 제외하고는 1961년에 개관한 서울시민회관과 1973년에 장충동에 만들어진 국립극장이 과거의 대표적인 공립 공연시설이었다. 서울시민회관처럼 대중집회나 행사를 주된 목적으로 하되 공연장과 전시장의 기능을 겸했던 시민회관의 건립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으며, 1975년에 개관한 대구시민회관도 그 중의 하나다. 아마도 50대 이상의 독자라면 대구시민회관에서 상영된 방학 특선 만화영화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1990년에 개관한 대구문화예술회관과 같은 복합문화예술시설의 건립은 1978년에 개관한 세종문화회관이 그 시초이다. 이때부터 1990년대까지 대개의 광역시와 주요 대도시에 복합문화예술시설이 건립되었으며, '문화예술회관' 또는 '문화회관'이라는 명칭이 많이 붙여졌다.
1988년에는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역사를 쓴 시설이 건립되었는데, 바로 서울예술의전당이다. 이후 2000년대를 거치면서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복합문화예술시설을 건립하였으며 서울예술의전당을 따라 그 명칭에도 변화가 있었다. 비교적 일찍 건립된 지방 복합문화예술시설에는 문화예술회관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뒤로 갈수록 '전당'이라는 명칭을 붙이기 시작하였다. 예술의전당이라는 명칭을 두고 법정 공방도 벌어졌다. 서울예술의전당이 "예술의전당이라는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대전시를 포함한 3개 시에 각각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하지만 서울예술의전당이 패소함에 따라 지금은 이 명칭을 자유롭게 쓰고 있는데, 더러는 문화예술의전당이라고 하고, 더러는 문화의전당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운영방식이나 내용에 있어서는 기존의 '문화예술회관'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시설의 성격을 잘 표현한다는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어를 그대로 사용해 'OO아트센터'라고 명칭을 붙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Arts Centre'라는 명칭은 영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관련 서적을 보면 이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는 하나로 통일된 정의가 없으며 편의상 '정기적으로 두 개 이상의 예술 형태 프로그램을 상당한 규모로 제공하는 건물'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글로 '아트센터'로 쓰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영어 발음기회 'ts'는 '츠'로 표기하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문화예술회관', '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문화의전당' '문화예술의전당', 그리고 '아트센터'들은 영어 명칭을 Arts Center로 하고 있다. '예술'을 의미하는 단어를 복수인 'arts'로 쓰는 이유는 이 시설들이 그 프로그램으로 음악, 연극, 무용, 등 복수의 예술 형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단수인 'Art Center'로 표기하면 보통 'art'는 미술을 의미하여 전시공간으로 오인될 수 있다.
아양아트센터, 어울아트센터, 그리고 달서아트센터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대구의 '회관 대 전당 대 센터'의 대결에서는 '센터'가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왠지 '회관'보다는 '전당'이 나아 보이고, '전당'보다는 '센터'가 나아 보일 수도 있겠다. 어느 빌딩에 붙은 문구가 생각난다.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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