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국경절 베이징은 봉쇄중

입력 2022-10-04 18:02:03 수정 2022-10-04 19:33:13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베이징이 사실상 봉쇄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상하이가 봉쇄됐던 것과 달리 베이징의 봉쇄는 정치적이다.

인민일보는 국경절 73주년인 지난 1일 시진핑(习近平) 주석과 리커창(李克強), 리잔수(栗戰書), 왕양(汪洋), 왕후닝(王滬寧), 자오러지(趙樂際), 한정(韓正), 왕치산(王岐山) 등 7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나란히 참석한 국경절 축하 리셉션 사진을 실었다. 이날 리셉션에는 당 정치국원과 국무원 간부 등 500명의 당과 국무원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국영 CCTV는 4일부터 시 주석 집권 후 인민해방군 등 군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와 변혁 및 당 핵심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특집 프로그램 '추광'(追光)을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회의(당 대회)가 열리는 16일까지 방영하는 등 당 군사위 주석을 겸한, 시진핑에 대한 선전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수년간 공개적인 활동이 노출되지 않는 등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장쩌민(江泽民) 전 주석의 생일 사진이 돌연 인터넷에 노출된 것도 시 주석의 권력 기반 강화가 확립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96세 고령의 장 전 주석 부부가 시 주석과 리 총리가 보낸 생일 축하 화환을 배경으로 촬영된 사진이었다. 8월에 촬영한 사진이 뒤늦게 공개된 것은 장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도 시 주석의 3연임에 동의하거나 지지한다는 의미다.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등 당 원로들과의 막후 협의를 통해 주석직 3연임과 시진핑 3기 상무위 인선이 마무리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지만 추측이 난무하면서 '중난하이'는 여전히 긴장된 분위기를 노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난하이 기류는 상하이방 퇴조와 시시자쥔(习家军)의 부상, 그리고 왕양 등 공청단 연대로 모아진다. 물론 덩샤오핑 이후 관례로 굳어진 '격대(隔代)지정'은 이번에도 무시됐다. 시진핑 이후는 오리무중이다.

시 주석의 권력 구도가 확정됐음에도 국경절 연휴 분위기의 베이징은 삼엄한 통제가 지속되고 있다. 국경절 연휴와 5년 만의 당 대회 개최라는 정치 이벤트로 톈안먼 광장과 주요 도로 및 관공서는 물론 아파트 등 주거단지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대형 오성홍기와 축하 조형물이 설치되면서 축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제로 코로나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베이징을 드나드는 것이 금지되다시피 하자 '이화원'과 '고북수진' 등 시내에 있는 관광 명소만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소식이다. 집 대신 시내 호텔에서의 '호캉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는 등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예년과 같은 국경절 연휴의 여행 특수는 사라진 것이다. 중국 방역 당국이 여행을 금지하지는 않으면서도 베이징의 각 학교, 국유기업 등 모든 기관에 국경절 기간에 베이징을 벗어나지 말라는 통보를 내렸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경우 허가를 받아 베이징을 떠날 수 있더라도 당 대회가 끝나기 전에는 베이징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지침을 내려 여행을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베이징 봉쇄는 정치 일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당장 9일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7중전회에서 20차 당 대회 일정을 결의한 후, 16일 당 대회를 열어 회의 마지막 날 공개되는 200명의 중앙위원 명단을 통해 지도부 후보군이 윤곽을 드러내게 된다.

한편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코로나 사태 이후 첫 해외 순방 이후 한동안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서 확산된 시 주석의 '연금설'은 일부 반중 매체를 통해 제기된 바 있지만 근거가 없는 '가짜 뉴스'로 확인됐다. 오히려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은 확고하게 뿌리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20차 당 대회는 미국과의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는 중화민족의 최고지도자로 시 주석의 위상을 자리매김하면서 마오쩌둥(毛泽东), 덩샤오핑(邓小平)과 더불어 '3대 지도자'로 우뚝 세우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성장률 정체 등 중국 경제의 급격한 퇴조와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 등 그가 처한 미래는 10년 전과 전혀 다르다.